[강성수 변호사의 울산, 법 이야기]AI 시대의 법, 그 빛과 그림자 앞에서 울산 시민의 선택
상태바
[강성수 변호사의 울산, 법 이야기]AI 시대의 법, 그 빛과 그림자 앞에서 울산 시민의 선택
  • 경상일보
  • 승인 2026.0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성수 변호사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법률 서비스의 풍경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법률 상담은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려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챗지피티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법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울산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일상이 됐다.

실제로 소장을 직접 작성하고, 준비서면까지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이른바 ‘나홀로소송’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AI를 활용한 나홀로소송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과 비용 절감이다. 법률 용어와 절차가 낯선 일반인에게 AI는 24시간 질문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분쟁의 쟁점을 정리해 주고, 소장이나 답변서의 기본 형식까지 제시해 주는 기능은 분명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법적 대응을 망설이던 시민들에게 소송의 문턱을 낮춰주었다는 점에서, AI는 분명 ‘빛’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빛 뒤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그림자도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문제는 생성형 AI가 가진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AI는 모르는 내용을 “모른다”고 답하기보다,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거나, 이미 폐지되었거나 적용 요건이 전혀 다른 법 조항을 아무렇지 않게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장만 놓고 보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함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오류를 일반인이 스스로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법률은 단순한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요건사실, 입증 책임, 증거의 배치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영역이다. 예컨대 임대차 분쟁에서 청구 취지를 잘못 설정하거나, 손해배상 사건에서 입증 책임의 방향을 오해한 채 소송을 진행하면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재판이 끝난 뒤 “AI가 이렇게 알려줬다”는 말은 법정에서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소송의 책임은 언제나 당사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AI의 도움으로 소장을 작성했지만 핵심 요건을 빠뜨려 각하되거나, 불필요한 주장으로 쟁점만 복잡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울산처럼 제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산업재해, 하도급 계약, 상가임대차 분쟁 등 생활과 밀접한 사건이 많다. 이런 사건일수록 작은 법률적 판단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AI가 제공하는 ‘평균적인 답변’이 개별 사건의 현실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AI 시대에 나홀로소송을 선택한다면 몇 가지 점만은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AI가 제시한 판례나 법 조문은 그대로 믿기보다, 실제 존재하는지와 현재도 유효한지 한 번 더 직접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건의 쟁점이나 절차가 조금이라도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최소한의 공부와 정리는 피할 수 없다. 법률 분쟁은 형식보다 내용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판단이 쉽지 않은 지점에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AI가 만든 초안을 토대로 방향을 점검하고, 놓친 쟁점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소송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는 울산 시민에게도 법을 더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법은 여전히 결과로 말하는 영역이다. 편리함에만 기대기보다, 중요한 순간에는 한 번 더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강성수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울산 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국민성장펀드 1호 후보 포함
  • ‘울산 며느리(고 김태호 의원 맏며느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에
  • 2026 경상일보 신춘문예 980명 2980편 접수
  • 조선소서 풀리는 돈, 지역에서 안돌고 증발
  • 올해 울산공항 LCC(저비용항공사) 5편 중 1편꼴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