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시대, 교육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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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시대, 교육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 경상일보
  • 승인 202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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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광표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교수 울산형유아교육·보육혁신지원사업단 울산늘봄누리센터장

정부는 인공지능을 국가의 미래 전략으로 분명히 설정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과 ‘AI시대 5극3특 국토공간 대전환 전략’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을 산업과 지역, 교육과 일상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AI 인프라 구축, 핵심 인재 양성, 초·중·고 연속 교육 체계, 지역 기반 인재 육성까지 정책의 범위 또한 넓고 구체적이다. 이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선택에 가깝다.

다만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교육의 순서다. AI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AI 교육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 현장을 보면 ‘AI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코딩 교육, 알고리즘 교육, 프로그래밍 실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마치 인공지능 교육을 하려면 아이들이 먼저 코드를 짜야 할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AI 교육에 대한 오해에 가깝다. 모든 학생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AI는 만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학습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서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자.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다. 뛰기 위해서는 먼저 서는 법을 배워야 하고, 걷기 위해서는 배에 힘도 있어야 하며 다리에 근육도 있어야 한다. 균형을 잡는 능력,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야 비로소 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은 생략할 수 없으며, 서두른다고 앞당길 수도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급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성취가 아니라 좌절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AI 교육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읽고 이해하는 힘이 필요하다. 질문을 정확히 던질 수 있는 언어 능력, 정보를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초 학습 역량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코딩 교육은,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화면에 나타난 코드를 그대로 따라 치는 시간에 그치기 쉽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 역시 궁극적으로는 ‘활용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 기본사회, 전 국민 역량 강화, 생애주기별 교육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에서의 AI 교육은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교과 학습을 충실히 다지는 방향과 함께 가야 한다. 국어에서 읽고 쓰는 힘, 수학에서 사고의 구조를 만드는 힘, 사회와 과학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힘은 모두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기 기술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기초를 건너뛴 기술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정보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코딩과 도구 사용을 앞당기면, 단기적으로는 ‘앞서가는 교육’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사고의 근육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무거운 기술을 얹는 셈이 될 수 있다.

정책은 방향이고, 교육은 과정이다. 정부의 AI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초·중·고 학생들이 각자의 발달 단계와 학습 위치에 맞게 기초·기본 학습을 착실히 쌓아 갈 수 있는 학교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걷는 법을 배운 아이만이 제대로 뛸 수 있듯, 생각하는 힘을 기른 학생만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인공지능 교육의 성공 여부는 코딩을 얼마나 빨리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학교 교육이 인간이 기본적으로 학습해야 할 것을 얼마나 충실히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AI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뒤처지는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가장 멀리 내다보는 전략이다. 그래야 정책은 현장에 뿌리내리고, 성과는 아이들의 삶 속에서 드러날 수 있다.

홍광표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교수 울산형유아교육·보육혁신지원사업단 울산늘봄누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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