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오래전부터 전기를 만드는 도시였다. 원자력과 가스, 연료전지, 석탄화력, 석유화학단지의 열병합까지 다양한 발전원이 집적돼 있다. 그런데 정작 울산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은 수도권과 다를 바 없다. 발전소는 지역에 있고, 송전선과 위험 부담도 지역이 감당하는데 요금은 전국이 똑같은 구조다.
그 결과 지방은 송·배전 부담과 환경·안전 리스크를 떠안고, 수도권은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쓰는 구조가 고착됐다. 울산시가 2023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이유도 바로 이 불균형 때문이다.
최근 새울원전 3호기 운영허가로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향후 새울 3·4호기가 모두 가동되면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200%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 비중이 높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여건까지 갖춘 지역이 전국 단일 요금체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은 정책 모순에 가깝다. 값싸게 생산된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해 추가 송전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비용을 다시 전국 요금에 나눠 얹는 구조는 분산에너지 시대의 방향과도 맞지 않다.
정부도 문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산에너지법 제정으로 지역별 소매요금의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다. 한국전력도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편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사용한 표현은 ‘도입’이 아닌 ‘도입 검토’다. 시행 시점도 2026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두 달 전만 해도 ‘2026년 이후 도입 방안 마련’을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후퇴다. 기준 설정의 어려움, 내부 검토를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연 자체가 또 다른 불공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울산시가 요구하는 방향은 무리한 특혜가 아니다. 시작 단계부터 수도권·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별 한계가격 산정 시 송·배전 비용과 발전단가를 포함한 총괄원가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는 전력 생산의 실제 비용 구조를 요금에 정직하게 반영하자는 주장에 가깝다. 원전 지역의 전기요금이 합리적으로 낮아지면 대규모 전력 소비 산업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도 저렴한 전기요금을 찾아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차등제가 정착되면 기업 입지는 수도권에만 몰리지 않고 전력 여건이 유리한 지역으로 분산될 것이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의 동력이 되고 국가 전체 전력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분산에너지 정책은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기를 만드는 지역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어느 지역도 발전시설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울산은 오랜시간 국가 전력 시스템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그 기여가 요금 체계라는 현실적 보상으로 반영돼야 할 때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울산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왜곡된 전력 구조를 바로잡고, 분산에너지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hyunju021@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