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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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다시 폭싹 속았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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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기 울산경제리일자리진흥원 기업지원센터장

화제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최근에야 봤다. 드라마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주도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어내며, 주인공의 성장 과정,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 지역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때로는 눈물짓기도 하고, 때로는 웃으면서 참 재미있게 봤다. 그 수많은 장면 중에서 나를 붙잡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아버지에게 늘 최고이고, 뭐든지 다 잘하는 딸 금명. 그런 금명에게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던 아버지 관식, 아내 애숙에게 화를 내는 딸을 보고 단호하게 이름만을 부르며 나무라는 장면. “양금명!” 그 짧은 한마디에는 단순한 질책이 아니라 “너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깨우침이 담겨 있었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쳤을 이 장면이 나에게는 뜬금없이 울산의 지금 상황과 겹쳐 보였다.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수도로, 120만 시민의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여러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조선업은 글로벌 수요 변화와 경쟁 심화, 현장의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기술 혁신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석유화학 산업 역시 그동안 산유국 지위에 만족해 있던 중동의 산유국들이 생산설비를 구축하여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 중으로 생산원가 등을 감안할 때 심각한 고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변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울산의 주력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과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존 화석연료 기반 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울산은 어떻게 다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울산은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제조업 기반을 갖춘 도시이며, 친환경 산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최적화된 곳이다. 수소경제, 미래 모빌리티, 첨단 소재산업 등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이 가능한 산업 여건과 입지 조건을 함께 갖췄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울산은 대규모 전력 공급 능력과 안정적인 산업용 에너지 체계, 항만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적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데이터·AI 산업을 기존 제조업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시설을 넘어, 제조 혁신과 산업 고도화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서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로 구현하느냐는 점이다.

이를 위해 첫째, 기존 산업의 첨단화·고부가가치화와 친환경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둘째, 신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수소 산업, 전기차·자율주행, 이차전지 분야에 더해 AI·데이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제조와 디지털이 융합된 산업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다. 셋째, 지역 인재 양성과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해 젊은 에너지가 머무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연구기관과 산업 현장을 연계한 인재 육성 체계를 강화하고, 창업 초기부터 성장 단계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울산에서 도전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있는 기업 유치로 이어져야 한다.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과 연관 산업의 집적은 고급 인력 수요를 확대하고, 청년층의 정착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친화 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기업들이 울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울산은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허허벌판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저력을 가진 도시다. 우리가 만든 자동차, 우리가 건조한 배, 우리가 정제한 에너지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대한민국을 지금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이제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의 힘을 더해 다시 한번 도약할 때다. ‘울산! 너는 그런 도시가 아니잖아. 다시 일어나라. 우리는 너를 믿는다.’

김진기 울산경제리일자리진흥원 기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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