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산업수도로 성장해 온 도시인만큼, 교통 문제 역시 산업 구조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산업단지와 주거지가 분리된 도시 구조 속에서 출퇴근 시간대 반복되는 도심 혼잡은 시민의 일상을 오랫동안 압박해 왔다.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시민의 삶으로 체감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태화강을 활용한 수상택시 논의는 울산이 당장 검토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교통 보완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상택시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라기보다, 기존 도시 공간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에 가깝다. 강이라는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이동 축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로 확장이나 대규모 토목사업 없이도 교통 흐름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출퇴근 시간 단축이라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기존 교통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도시 교통의 부담을 나누는 보완 수단이라는 점이다.
태화강에서 수상 이동이 전혀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과거 태화강에는 뗏목과 나룻배가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시기가 있었고, 이후에는 관광·체험 중심의 운항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비동력 운항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생활형 교통수단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지금 논의되는 수상택시는 동력을 활용해 안전 기준과 운항 관리 체계를 갖춘, 태화강 최초의 관광과 교통을 결합한 수상 이동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둔 지금, 수상택시는 교통을 넘어 도시 이미지를 확장하는 역할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국가정원을 가로지르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은 울산의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낮에는 생활형 이동 수단으로 기능하고, 야간에는 강변 야경을 활용한 소규모 유람형 운항으로 병행된다면, 태화강은 ‘보는 공간’을 넘어 ‘움직이는 공간’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잠재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수상 교통이 생활형 교통수단으로 정착하지 못한 경험은 있다. 선착장 접근성과 대중교통 연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출퇴근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 울산의 논의는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설계와 준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 역시 수상택시 논의의 핵심 기준으로 다뤄져야 한다. 다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수상 교통이 곧 환경 파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도 케랄라 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코치(Kochi)는 전기·하이브리드 선박을 활용한 ‘워터 메트로’를 운영하며 수상 대중교통을 도시 일상 속으로 정착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 시스템은 기존 수로를 활용해 저소음·저진동 운항을 구현했고, 누적 이용객이 약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하루 평균 약 3만~4만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미국 시애틀의 킹카운티 수상택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심과 인근 주거지역을 연결하며 연간 약 60만~70만명의 이용객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재생 디젤 등 친환경 연료 전환과 엄격한 운항 관리 기준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출퇴근과 관광을 병행하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수상 교통의 성패가 도입 여부가 아니라, 환경 기준과 운영 원칙을 먼저 세웠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수상택시 역시 태화강의 생태적 가치와 국가정원의 상징성을 전제로, 시범 운영을 통한 수요 검증과 환경 영향 평가, 단계적 확대라는 원칙 속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울산에 맞는 교통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울산은 지금, 산업 전환과 도시 이미지 전환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수상택시는 자연 자산을 일상과 관광, 이동의 가치로 연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다. 물 위의 길이 울산 시민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선택지는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
안대룡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