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연초 4300선을 넘긴 지수는 4900선까지 치고 올라왔고, 어느새 5000선도 목전에 둔 모습이다. 국내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코스피의 상승은 반가운 소식이다.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가 오르고, 투자심리가 살아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면에 울산을 비롯한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 고환율이다. 울산은 원재료를 사들여와, 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의 제품으로 생산해 수출하는 산업도시다. 특히 부품을 들여와 납품하는 협력사·중소기업은 더 팍팍하다. 매출은 늘어도 이익이 남지 않는 경우가 늘고,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실적이 좋아진다는 옛말도 통하지 않는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고환율과 고금리가 동시에 길어지면 설비투자는 차선이 된다. 고환율로 촉발된 기업의 위기가 지속되면 기업의 자생력과 성장성이 떨어지고, 곧장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같은 고환율에 따른 위기는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기업 10곳 중 4곳이 올해 한국경제 경기 흐름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 계획도 대다수가 유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했다. 경제성장 리스크로는 ‘고환율과 변동성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고, ‘유가·원자재가 변동성’이 뒤이었다. 이렇듯 고환율 리스크는 기업의 미래 성장까지 발목잡고 있는 셈이 됐다.
이렇게 고환율로 경제가 요동치자, 한국은행도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은은 환율 안정과 집값 안정을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2.50%로 5회 연속 동결했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 예금 판매를 자제하도록 하는 등 시중은행에도 조치를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지속해 오르니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울산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관련주가 상승한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피·환율 동반 상승을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대형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현상 유지에 그치거나 하락하는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미국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촉발된 고환율은 기업 경영을 넘어 일상에도 그 영향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식료품 등 수입재를 중심으로 생활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서민들의 밥상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환율이 일상이 된 시대를 맞아 울산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환율 안정화 노력을 펴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은 납품대금 연동제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에 나서야 한다. 유관기관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세밀한 지원책을 펴야 한다. 고환율이 ‘뉴노멀’이 된 시대 새롭게 움틀 수 있는 울산 경제를 기대해 본다.
서정혜 정경부 차장대우 sjh3783@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