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20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해 취임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작년 취임 첫날부터 여러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발동했다. 전임자의 정책을 취소하고, 자신의 주요정책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5년 한해동안 22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의 1기 4년 동안 220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그의 전임자 바이든은 4년 동안 162건, 오바마는 8년 동안 277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의회가 통과시키는 법률이 아니라, 행정부 수반인 자신의 행정명령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종의 편법 국정운영이고 칙령정치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방식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당을 포함한 의회 권력은 약화돼 국민대표를 통한 민의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대통령과 측근들의 뜻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시행될 뿐이다. 세계 자유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던 미국이 급격하게 권위주의 통치체제로 바뀌는 것에 한국인들은 당혹스럽다.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트럼프 2기는 1기와는 확연히 다른 통치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장은 비슷하나 실행방식은 매우 달라졌다. 우리는 트럼프의 이러한 통치방식을 ‘자유민주적 공화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적 공화주의’라 부를 수 있다. 민주적 공화국에서는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 법치주의 등이 준수된다. 과거에 미국은 민주적 공화국의 대표주자였고 한국은 미국을 모델로 삼았다. 한국은 그 원리에 근거해 최근 12·3 비상계엄사태를 막았고 세계에서 민주주의 회복력이 출중한 나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출판된 <트럼프 2.0 권위주의의 서막>(한서진, 2026)에서 저자는 최근 트럼프 치하의 미국정치 변화를 ‘공화국의 해체와 제국의 부활’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의 핵심은 공권력인 군대와 경찰의 장악이다. 트럼프는 국가방위군과 이민세관 집행국(ICE)을 동원해 이민자와 소수인종을 탄압한다. 미국인들은 미국 공화국내에 왕같은 존재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No Kings”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때 반대파와 시위대를 거칠게 진압한다. 과거 한국에서 늘 보던 권력유지 방식이나 결국 파멸했다. 트럼프는 입법부를 패싱하고 행정명령이라는 수단을 통해 또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겁박하며 실제는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위 책은 트럼프가 미국을 다양한 인종의 공화국이 아닌 백인지배층 중심의 제국으로 변형시키고 있다고 본다.
제국주의란 요즘에 미국이 다른 나라의 영토와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장악하려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생포의 외면적 명분은 마약 유입 저지이지만, 내면적 이유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차지하겠다는 경제적 욕망의 발로라는 사실은 다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의회 승인도 받지 않고 이뤄졌다.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야욕도 진행 중이다. 이는 북극 지역의 자원과 군사 전략적 가치와 관련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견제 및 자원 공급망 확보, 미군 주둔지 확보 등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린란드 주민과 덴마크는 크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7개국은 공동성명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것으로, …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영토 야욕은 동맹국간의 단합을 깨고 군사적 갈등을 일으키는 중대한 사안이며, 국제정치에서 약육강식을 불러일으킬 위험요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중국의 대만 침공 또는 유사 침탈사건을 저지할 논리가 깨지는 순간일 수 있다. 세계가 자칫 전쟁과 침략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수 있다. 작은 나라 한국이 생존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