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해상 사회공헌사업인 ‘리부트 울산’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의 사회운동가들이 약 2년간 스터디를 진행한 끝에 기획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역소멸’을 도출했다. 이어 부울경 소멸을 막는 게 의미가 크고 효율도 높다고 판단해 울산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울산이 안고 있는 주요 과제로는 △청년 취·창업 △외국인·이주민 문제 △문화예술 기반 약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동구에서는 외국인 주민을 포함한 이주민과 선주민 간의 관계 회복과 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들이 집중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주민은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을 리부트 울산 참여 사회운동가들이 부르는 표현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함께 밥짓는 마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부터 방어진문화센터에서 매주 토·일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다.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이를 지역 취약계층에 배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UNIST 유학생, HD현대중공업 직원 등 다양한 배경의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달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방어진문화센터에서 운영된 뒤 운영 방식과 장소 등에 대한 세부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어진초등학교 인근에는 지난해 말 ‘안녕, 방어진’이라는 이름의 거점 공간이 조성됐다.
이 공간에는 외국인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외국어 서적을 비치한 작은 도서관이 마련됐다. 서적이 추가 확보되면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대여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또 이곳에서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동화 제작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동화책 1권이 발간됐으며 올해는 이주민 활동가들과 협력해 4권가량을 추가로 제작할 계획이다. 제작된 동화책은 향후 뮤지컬 등 문화예술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 대학생 멘토를 연결해 학습 지원과 진로 상담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와, 외국인 주민들이 법률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변호사들과 협력해 외국인 전용 법률 자문앱 ‘ASKOVISA’도 출시했다.
이들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동구를 거점으로 지속 운영될 계획이다.
사업 예산은 현대해상이 지원하고 있으며 그동안 방어진 문화센터 공간 제공 등으로 협력해 온 동구 역시 사업 취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지방선거 일정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공식적인 업무협약 체결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울산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이채진 대표는 “이주민·선주민 사업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익숙해지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역의 이주민이나 취약계층을 돕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를 다시 엮어보자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하나의 민간기업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닌 만큼 지자체와 지역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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