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산업수도 울산’이 이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시 정체성, 즉 ‘AI 수도 울산’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의 전환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 생존과 직결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하여, 울산시는 AI수도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울산형 소버린 AI 집적단지 조성’ ‘제조업 중심 AI 확산(AX)’ ‘시민 체감형 지능형 도시 서비스 확대’ ‘AI·데이터 기반 과학 행정 구현’이라는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에 1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중소기업 AI 대전환 사업, AI 기반 금융·투자 지원까지 더해지며, 울산의 AI 전환은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울산이 가진 고유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에너지·물류 등 국가 핵심 제조산업이 집적된 도시이며, 동시에 공정 데이터·설비 데이터·안전 데이터가 풍부한 지역이다. 이는 범용 AI가 아닌, 제조·안전·에너지에 특화된 산업 AI를 구현하기에 최적의 토대다. 울산시가 강조하는 ‘소버린 AI’ 역시 해외 빅테크에 대한 기술·데이터 종속을 벗어나, 지역 산업 데이터의 주권을 스스로 통제·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도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AI를 도시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의 AI 전략 아래 산업·공공·도시 전반을 하나의 거버넌스로 묶어, AI를 ‘전 국민적 인프라’로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부다비(UAE)는 대규모 전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주권형 클라우드와 초대형 AI 컴퓨터를 구축하며, 에너지 국가에서 AI 국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블린을 중심으로 한 아일랜드 역시 데이터센터 허브를 기반으로 AI 연구개발과 글로벌 기업 투자를 유치하면서, 규제·윤리·신뢰를 결합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첫째,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시설 유치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엔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둘째, AI 기술 도입을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와 국가의 전략 과제로 다뤘다는 점이다. 셋째, 전력·규제·보안·인재라는 구조적 과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민관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울산시의 AI 수도 추진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무엇보다 AI 데이터센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울산의 제조업 AX, 산업 안전 혁신, 에너지 효율화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AI 전환의 수혜자가 되도록 공정 데이터 표준화, 실증 중심 지원, 인재 재교육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신뢰’다. 산업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울산형 소버린 AI가 성공하려면 데이터 보안, 접근 통제, 책임 있는 AI 운영 체계를 명확히 제도화해 기업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기술보다 행정과 거버넌스의 역할이 더 중요한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AI 수도 울산은 산업 정책이자 도시 정책이어야 한다. 시민이 체감하는 교통·안전·에너지·행정 서비스에서 AI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 AI 대전환은 산업계의 구호를 넘어 도시 전체의 공감대로 확장될 수 있다.
울산은 이미 전력 자급률, 산업 집적도, 현장 중심 데이터라는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다. 여기에 AI라는 도구를 제대로 결합한다면, 울산은 ‘공업도시’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넘어 ‘제조 AI와 산업안전 AI의 세계적 거점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와 일관성, 그리고 행정과 기업 간의 치밀한 공조다. 산업수도 울산의 저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AI는 그 저력을 미래로 잇는 가장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울산시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AI 수도 울산’으로의 대전환은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라고 사료된다.
장길상 울산대학교 경영경제융합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