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통합 논의, ‘권한이 따르는 통합’과 ‘시민의 선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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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행정통합 논의, ‘권한이 따르는 통합’과 ‘시민의 선택’이 먼저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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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울산시 대변인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발전전략’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 역시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울산의 참여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통합의 명분은 지방소멸 극복과 지역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인 과제에 있다.

울산 역시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수도권 일극 구조를 극복하고 지역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통합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통합은 수단일 뿐이며, 그 결과가 울산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울산은 이미 행정체제 변화의 경험을 가진 도시다. 1995년 시·군 통합, 1997년 광역시 승격을 통해 산업수도로 도약했고, 조선업 위기라는 구조적 충격 속에서도 스스로 회복과 전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울산은 국가 산업을 책임지는 핵심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국가 정책과 재정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 또한 누적돼 왔다. 산업 현장은 울산에 있었지만, 정책 결정권과 재정 권한은 중앙에 집중돼 있었던 구조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행정통합 논의에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행정구역만 확대하고 중앙집권적 권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통합은 또 다른 지역 간 쏠림 현상과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규모만 커진 광역정부 아래에서 울산의 산업 정책과 도시 전략이 주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 이후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실에 있어서도 눈부신 발전을 해 왔다는 것이 여러 가지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997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예산규모는 1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5배나 늘었고, 1인당 GRDP도 2335만원에서 8519만원으로 3.6배나 늘었으며, 수출액도 154억달러에서 868억달러로 5.6배나 늘었다. 주택보급률은 83.4%에서 107.6%로, 공공도서관은 4곳에서 22곳으로, 상수도 보급률은 84.2%에서 99.2%로, 하수도 보급률은 48.0%에서 99.4%로, 대학교 및 학생수는 2곳 1만3997명에서 5곳 2만1128명으로 늘었다. 울산은 이렇게 성장해 왔다. 그렇기에 광역시 이후 다시 행정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면, 그 행정통합은 울산의 지속적인 발전을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행정통합 논의의 핵심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 이양에 있다. 자치입법권 강화, 과세권 확대, 산업·교통·지역개발에 대한 광범위한 공공정책 결정권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지 않는다면 통합의 명분인 경쟁력 강화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울산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시민 동의다. 행정통합은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시의 정체성과 재정 구조, 행정 서비스 체계까지 바꾸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시민의 명확한 선택이 전제돼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의, 그리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50% 이상의 동의가 확인될 때에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울산의 입장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되새기는 기준이기도 하다.

행정통합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일 수는 있지만, 만능 해법은 아니다. 울산의 입장은 분명하다. 통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이 따르는 통합, 시민이 선택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수도로서 국가 발전을 떠받치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자치분권과 재정 분권이 동반되지 않는 행정통합은 새로운 균형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뿐이다. 이제 행정통합 논의는 숫자와 구호가 아니라, 권한 구조와 시민의 동의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울산의 선택은 곧 지방자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임현철 울산시 대변인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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