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의 新우시산국(26)]산업수도 울산과 애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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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의 新우시산국(26)]산업수도 울산과 애향비
  • 경상일보
  • 승인 202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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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산업수도 울산에는 곳곳에 ‘애향비’와 ‘망향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석들에는 태어나고 자란 땅을 지척에 두고 이주한 ‘제자리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슴으로 써내려간 글귀들이 빼곡이 적혀 있다.

설명절이 다가오지만 울산에는 고향 땅이 수몰되거나 공장이 들어서 망향의 한을 달래는 사람들이 많다. 이북에서 온 실향민들은 통일이 되면 갈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그들은 그럴수도 없다.

향토사학자 김진곤 선생은 울산의 실향민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첫 번째는 울산이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울산미포국가공단 공장부지 확보를 위해 마을을 수용하면서 발생한 이주민이다. 두 번째는 온산국가공단 조성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이주한 경우다. 세 번째는 공업용수와 식수 확보를 위한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된 지역에서 발생한 이주민이다.

울산에는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선암댐(1964년), 사연댐(1965년), 대암댐 (1969년) 등 3개의 댐이 건설됐다. 이후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회야댐(1986년), 대곡댐(2005년)이 조성됐다.

▲ 대암댐 건설로 수몰된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마을 주민들이 세운 애향비.
▲ 대암댐 건설로 수몰된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마을 주민들이 세운 애향비.

댐이 건설되면서 편입 부지 주민들은 각지로 흩어졌다. 이들은 평생을 함께해온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는 아픔과 함께 새로 이주한 곳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사연댐 건설로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며 보존 위기에 놓여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실향민들의 아픔은 상대적으로 잊혀지고 있다.

1974년 온산국가산업단지 건설로 고향땅을 떠난 사람들이 세운 망향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차라리 우리들 고향이 북한이라면 언젠가 통일이 돼 갈 수라도 있으려만, 차라리 우리들 고향이 수몰됐다면 잠수하여 볼 수라도 있을 것을…설사 남아있는 곳이라 해도 높은 굴뚝 옆의 그곳은 이미 그 옛날의 그곳이 아니더라.’

마지막 이주 지역은 KTX 울산역이 들어선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마을이다. 삶의 터전이었던 논과 밭, 조상대대로 내려온 집과 마을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주민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산업수도 울산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애향비 하나 세운 것만으로 그 마음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억하고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그 희생은 존중받는다.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과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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