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좌초된 울산형 ‘응급실 뺑뺑이’ 해법, 환자는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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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좌초된 울산형 ‘응급실 뺑뺑이’ 해법, 환자는 어디로 가나
  • 경상일보
  • 승인 202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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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를 끊기 위해 도입한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시행 2년 만에 중대 위기를 맞았다. 울산시와 의료계가 공들여온 ‘중증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협약’은 일부 병원의 거부로 결국 무산됐다. 시민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을 확보하려던 울산시의 노력에 심각한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는 지난 2023년 6월, 울산시 지역응급의료위원회가 응급환자 이송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한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수용지침’에서 출발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우선 처치를 받은 뒤,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옮기는 ‘선(先) 처치·후(後) 전원’ 체계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울산시와 7개 지역 병원, 소방본부, 응급의료지원단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공공적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그러나 시행 2년 차를 맞은 현재, 이 체계는 심각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최근 지역 병원들과 순차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촌극을 빚었다. 일부 병원 의료진이 ‘환자 수용 강제화’에 따른 책임 소재를 우려하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병원별 이해관계와 실무적 부담이라는 벽 앞에서 멈춰 선 셈이다.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체계의 붕괴의 피해는 곧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울산에서는 여전히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장시간 대기 끝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귀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4년 울산지역 3대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응급실 도착률은 53.6%에 불과하다. 절반 가까운 환자들이 결정적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례는 분명한 해법을 제시한다. 일본은 병원 수용 여부를 실시간 전산으로 공유하고, 미국은 EMTALA(응급의료 및 노동법)법을 통해 ‘돈이 없거나 신분이 불확실해도 응급 환자는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실현하고 있다.

응급의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의료진의 부담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생명 보호라는 본질적 가치가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 울산시는 지침의 실효성을 높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병원 역시 시민 생명권 보호라는 대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무너진 협력 체계를 조속히 복원하지 않는다면, ‘응급실 뺑뺑이’의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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