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불과 보름 앞둔 울산 시민들에게 ‘물가’는 이제 공포 그 자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매대를 점령한 ‘금사과’‘금쌀’‘금조기’의 서슬 퍼런 가격표는 시민들의 구매 의욕마저 무참히 꺾어놓고 있다. 물건을 집어 들었다가도 이내 내려놓으며 발길을 돌리는 풍경은 일상이 됐다. ‘물가 재앙’의 검은 그림자가 병오년 정초 서민 가계의 희망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
동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1월 울산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울산의 물가 상승률은 2.2%로,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표상으로는 최근 3개월간 이어온 2.5%대 상승 폭이 소폭 꺾인 듯 보이나, 실상을 뜯어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2.3%, 기상 여건에 민감한 신선식품 물가는 3.3%나 치솟았다. 정부의 ‘낙관적 통계’와 서민의 ‘팍팍한 장바구니’ 사이의 괴리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설 차례상의 핵심 품목들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차례상의 주인공인 금사과는 올해에도 22.7%나 더 뛰었고, 쌀(16.3%)과 갈치(42.1%), 조기(28.1%) 등 성수품 가격도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에 육계와 계란 가격까지 요동치고 있다.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에 달걀지단 고명 하나 올리는 것조차 망설여야 할 정도다.
먹거리 물가에 이어 서비스 요금의 역습도 매섭다. 사립대 납입금과 택시비 등 공공서비스는 물론, 보험서비스료와 공동주택 관리비 같은 개인서비스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서민들의 소박한 외식 메뉴인 생선회, 커피, 치킨값까지 줄줄이 올라 서민들로서는 ‘숨 쉴 구멍’조차 찾기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으며 안정 목표(2%)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국제 유가 하락과 농축수산물 상승세가 둔화된 ‘지표상의 착시’일 뿐, 민생 현장의 비명을 가릴 수는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표의 안온함에서 벗어나 민생 현장의 아우성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 설 성수품 수급 조절과 유통 구조 개선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총동원해 비명을 잠재워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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