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자극의 시대, 판단을 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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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자극의 시대, 판단을 가르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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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길 울산 대송고등학교 교사

현대사회는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극과 속도가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연예 기사와 스포츠 기사는 사실보다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선을 끌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사실처럼 유통된다. 누군가의 감정조차 콘텐츠가 되고, 구단의 공식 결정과는 무관한 연봉과 이적설이 먼저 만들어져 소비된다. 드라마 역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앞세운 설정들로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는다. 우리는 어느새 무엇이 옳은지보다 무엇이 더 자극적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를 참고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품의 완성도보다 시대의 분위기와 대중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다양성보다 집단으로 몰리는 편향성에 더 익숙해진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알고리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느낀다. 알고리즘은 자주 보고, 좋아하고, 오래 머문 것들로 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그 결과 우리는 같은 생각, 같은 취향만 반복해서 소비하게 된다. 인문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적 사고’라고 부른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가고 자신이 믿는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알고리즘은 분명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다. 검색은 빨라졌고, 즐겨 찾는 정보는 손쉽게 들어온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스스로 사고할 기회가 줄어드는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 다른 관점을 상상해 보는 여유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때로는 자신의 철학을 확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확고함과 아집은 분명 다르다. 우리 조상들은 늘 겸손하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큰 덕목으로 삼아 왔다. 자신의 생각을 단정하기보다 타인의 생각을 먼저 헤아리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제 다시 그 가르침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할 때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세계를 보여 주고 있는가. 혹시 나의 생각만이 옳다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그대로 닮아 간다. 그래서 교사는 설명하는 사람이기보다 태도로 보여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의 교육은 결국 어른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도 아이들 앞에서, 그리고 나 자신 앞에서 겸손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다시 배우고자 한다. 빠르게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단정하기보다 한 번 더 물어보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그것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안상길 울산 대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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