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과 동무들의 토지를 몽땅 차지한 김 초시는 자신이 한 일이 결코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태생이 천한 것들은 이 조선땅에서 결코 농지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자신이 그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벼룩 눈물만큼의 죄의식도 없었다. 그는 지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으로 들떠있었다. 달천의 나루터에 새로 생긴 주막에서 기분 좋게 한잔 걸쳤다.
‘역시 사람은 뒷배가 든든해야 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술을 마시다가 요기나 하려고 주막에 들른 젊은 사내와 시비가 붙었다. 조선땅에서 두려울 게 하나도 없는 김 초시가 거친 말로 상대를 압박했다.
“야, 이 자식들아, 내가 누군 줄 알아? 지당마을에 사는 김 초시다. 내가 그 김 초시란 말이다. 알았으면 썩 꺼져. 이 거지 같은 것들아.”
지당마을의 김 초시라는 말을 듣자 시비가 붙은 청년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일행에게 어서 떠나라고 손짓을 하고는 가지고 있던 검으로 김 초시의 다리 하나를 무릎 위 두 치 부분에서 깨끗이 잘라버렸다. 한쪽 다리가 잘린 김 초시는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두 다리를 다 자르려다가 하나는 남겨 두는 거니까 너무 기고만장해서 눈깔을 치뜨지만 말고 아래도 보면서 살아라. 이 사기꾼 놈아.”
“이 자식이 감히 양반을 해코지 해. 네놈 모가지를 잘라서 반드시 저잣거리에 걸어놓을 것이다. 내가 꼭 그리할 것이야. 기다려라. 이놈아.”
김 초시의 다리를 자른 사내는 김 초시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술상을 가지고 나오던 주모는 다리가 잘려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김 초시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에그머니나. 이게 무슨 일이래.”
주모는 놀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했다. 주막에서 일하는 종노미를 시켜서 간단한 의술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불렀다. 종노미가 데리고 온 사람은 인근 시리마을에 살면서 의원행세를 하는 자였다. 김 초시는 주모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잘린 다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젠 죽을 때까지 다리 하나 없는 불구자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도대체 어떤 작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천동과 그의 동무들이 제일 의심스럽지만, 판결이 난 후에는 곧바로 옥에 갇혀 있던 그들에게는 자신을 어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 정도로 원한을 가진 자들이 누구란 말인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성질 더러운 왈짜패를 잘못 건드려서 당한 것일까? 그 정도의 시비에 냉큼 상대의 다리를 잘랐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 : 지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