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참여할 지역공연예술단체 41곳을 선정해 지난 3일 발표했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울산연극창작소는 국·시비 등 총 5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조선업을 소재로 한 공연을 총 6차례 진행한다. 반면 이번 지원사업에 탈락한 단체들은 크게 낙담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는 1년간 절치부심해서 공모사업에 목을 맨 터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하다.
지자체·정부 공모사업, 상주단체 지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울산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 예술인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수억 지원에 너도나도 경쟁 치열
문체부의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은 전국에서 많은 예술단체들이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원되는 사업비가 지자체나 재단·기관 등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문체부의 올해 지원사업 평균 지원금은 장르별로 차이가 있지만 2억7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에 이른다. 최장 5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에 전국은 물론 울산에서도 많은 예술단체가 지원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몇 년 연속으로 탈락한 단체들도 여럿 있고, 지난해는 울산에서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의 한 연극단체 대표는 “많은 지원 금액으로 인해 좋은 제작 여건에서 공연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최장 5년 동안 장기 지원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에 지역에서 자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사업 뿐 아니라 지자체와 재단의 공모사업에도 예술단체들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울산문화관광재단은 얼마전 2026 울산예술지원 공모 접수를 받았는데, 총 475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이 3~4대1 가량될 만큼 치열하다. 울산시의 ‘문화관광체육 육성사업 지원계획’ 공모에도 예술단체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자체 및 재단사업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내에서 지원된다.
◇열악한 재정, 지원 없이는 힘들어
이처럼 지역의 예술인들이 공모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작품 창·제작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데, 열악한 재정구조 속 티켓 판매 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극과 무용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 소요된다.
지역의 한 음악인은 “최소한으로 해도 음향비에 조명비, 편곡비, 작곡비, 출연료 등 700만~1000만원가량 든다”며 “하지만 티켓 판매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원 없이는 현실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연극인은 “재단이나 기관의 지원금으로 600만~700만원을 받더라도 이는 빔프로젝트 대여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특히 요즘 조명이나 영상에 대한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제작비용이 더 늘었다. 투자되는 돈에 작품의 퀄리티가 비례하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더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린츠에서 두 차례 현지 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던 로즈합창단도 현대학원재단, 현대청운고 총동문회, 향토기업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작의 질은 하락…재탕·삼탕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대본, 무대 세트, 음원, 안무 등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창작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작품에 살을 보태 다시 선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기간이 짧거나 정기로 선보이는 공연·전시는 앞선 작품들과 차이가 크지 않다.
지원에 선정된 후 작업을 시작하는 비정상적인 창작 과정도 나타나고 있다.
모호한 창작 기준도 문제다. 지원사업의 심의기준에 독창성 영역이 있는데, 이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한 사항은 포함되지 않아 다른 문화예술인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자기복제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창작이 돈으로 직결되는 현실과 모호한 창작 심의기준은 창작 노력을 떨어뜨린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은 타지역에 비해 창작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경력 쌓기용의 공회전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먹고 살기 힘들다보니 손실이 큰 진취적인 행보를 할 적극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