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영남알프스가 ‘산악레저특구’ 지정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려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 울주군 서부권의 미래 지형을 바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막아선 모양새다. 이번 결정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은 물론, 영남알프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체류형 관광 시설 부재’와 ‘노후한 숙박 환경 개선’의 의지마저 꺾고 있다.
현재 영남알프스의 관문인 복합웰컴센터 주변을 보면 여전히 과거의 그늘이 짙다. 무분별하게 들어선 모텔촌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부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매년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과 복합웰컴센터 일대에서 열리는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통해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산악 관광과는 거리가 먼 노후 숙박업소들이다. 언제까지 세계적인 축제의 장에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주군과 지역 상인들은 ‘등억온천단지 마을호텔 전환 사업’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낡은 모텔들을 가족 친화형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하여 체류형 관광의 기반을 닦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 모든 민간 투자의 전제 조건은 바로 ‘케이블카’라는 확실한 앵커 시설(Anchor Facility)의 존재였다. 케이블카 설치가 불투명해지면 상인들의 투자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고, 결국 영남알프스의 관문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모텔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방치될 위기에 처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단순한 유람용 시설이 아니다. 이는 395억 원이 투입되는 ‘산악 익스트림센터’와 반구천의 암각화, 그리고 등억온천단지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내는 관광 벨트의 핵심 고리다. 케이블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 나머지 사업들은 동력을 잃고 파편화되어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를 통해 유입되는 수많은 국내외 비즈니스 관광객들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매년 다양한 학술연구 행사와 전시회로 외국인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이 울산을 찾고 있지만, 인근에 마땅한 숙박시설과 연계 관광지가 부족해 행사 직후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에게 영남알프스의 웅장한 비경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선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케이블카뿐이다. 마이스(MICE) 산업과 산악 관광을 잇는 이 핵심 수단이 사라진다면 울산은 방문객들을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으로 방치하는 셈이 된다.
또한, 이번 재검토 결정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계 기반을 뒤흔드는 가혹한 처사다. 케이블카 설치라는 장밋빛 미래를 믿고 막대한 대출을 받아 시설 개선을 준비하던 상인들은 이제 퇴로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케이블카는 단순히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기계를 넘어, 무분별하게 들어선 노후 숙박업소들이 자발적으로 가족친화형 시설로 리모델링하게 만드는 강력한 시장 유인책이다. 이 동력이 상실된다면 영남알프스 입구는 세계적인 산악 국제영화제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노후한 모텔촌’이라는 꼬리표를 영영 떼어내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정쟁을 떠나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환경 보존이라는 가치 뒤에 숨어 지역의 낙후를 방관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환경 당국을 설득해 케이블카 설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케이블카 사업 재검토 철회는 단순한 개발 논리가 아니다. 영남알프스를 세계적인 산악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고, 잘못된 정책으로 양산된 숙박 시설들을 정비해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종합적인 도시 재생’의 열쇠다.
울산시는 환경 당국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며, 정치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초당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영남알프스의 관문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기억될지, 아니면 ‘낙후된 숙박촌’으로 남을지는 케이블카 사업의 성패에 달려 있다.
김종훈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