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보호종료아동 로운이네, 대학진학과 동시에 자립…관심과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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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보호종료아동 로운이네, 대학진학과 동시에 자립…관심과 지원 절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6.02.06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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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로운이의 새로운 보금자리.
▲ 텅 빈 로운이의 새로운 보금자리.

로운이(가명·18세)는 2026년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또래에게는 설렘으로 가득할 새 출발의 순간이지만, 로운이의 마음은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 대학 진학과 동시에 시작될 독립 생활을 오롯이 혼자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는 일부터 생활에 필요한 물건 마련까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로운이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엄마와 단둘이 지내던 그는 2020년 아동학대 방임으로 울산의 일시 보호시설에 분리 조치됐다. 이후 타 지역에 살던 누나의 가정에서 잠시 머물기도 했지만, 누나의 이혼으로 다시 보호시설로 돌아가야 했다. 반복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던 로운이는 다시 엄마의 가정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새 아빠는 갑작스럽게 돌아온 로운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로 인한 갈등은 고스란히 로운이에게 전해졌다. 지속적인 긴장과 불안 속에서 로운이는 더 이상 이 가정에서 생활할 수 없다고 느꼈다. 결국 학업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보호와 자립 준비가 가능한 시설로 다시 보호조치 됐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생활해 왔다.

올해 만 18세가 된 로운이는 이제 ‘보호종료아동’, 혹은 ‘자립준비청년’이 됐다. 이는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성인이 되며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들을 말한다.

매년 전국적으로 약 2000명 가량이 이 과정을 거쳐 사회로 나온다. 문제는 보호가 끝나는 순간 삶의 준비까지 끝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보호종료 직전과 직후, 많은 청년들이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주거 불안이라는 현실에 동시에 맞닥뜨린다.

로운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타 지역 4년제 대학교에 합격한 그는 LH 보호종료아동 청년전세임대 지원을 통해 학교 근처에 주거지를 마련했다. 그러나 집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것은 텅 빈 공간이었다. 침구류, 청소기, 주방 가전과 기본 생활용품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물건들조차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로운이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꿈을 품고 살아왔다. 예민함과 우울로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 꿈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생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독립은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이불 한 채, 수납장 하나, 생활가전 몇 가지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보호종료아동에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로운이가 텅 빈 집에서, 텅 빈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지 않도록. 너무 이른 나이에 홀로 어른이 된 청년들이 좌절 대신 희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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