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에서 또다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지난 6일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고독성 물질인 클로로폼이 누출돼, 이를 확인하던 30대 직원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같은 날 울주군 처용리의 한 제조공장에서도 황산가스가 유출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일련의 화학물질 사고는 노후화된 설비와 허술한 안전관리 체계가 낳은 참극이다.
사고 당시의 정황은 더욱 참담하다. 숨진 노동자는 배관 누출 경보가 울리자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홀로 현장에 접근했다가 고독성 물질인 클로로폼에 노출돼 화를 당했다. 클로로폼은 고농도 흡입 시 즉각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 물질이다. 현장 ‘2인 1조’ 안전 수칙은 종잇조각보다 무력했다. 노동자가 쓰러진 뒤 40분 동안이나 방치되는 사이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CCTV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관제 시스템은 죽음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
울산은 구조적으로 화학사고 위험을 안고 사는 도시다. 2025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울산은 207개 사업장에서 연간 5853만t의 화학물질을 취급한다. 이는 전국 취급량의 30.4%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에틸벤젠, 톨루엔 등 발암성 물질을 포함한 연간 화학물질 배출량 또한 7103t으로 전국의 12.8%를 점유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화약고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위험의 크기’보다 이를 통제할 ‘관리의 수준’이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울산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총 60건, 업체 수 대비 화학사고율은 8.1%로 17개 시·도 중 1위다. ‘안전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의 민낯이자, 참담한 성적표다.
울산 국가산단 내 화학사고는 공포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온산국가공단 기업체의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누출사고, 31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월 화학물질폭발 사고, 2024년 9월 16명이 부상당한 화학물질 배출 사고까지. 노후 설비의 방치, 밸브 조작 오류, 배관 부식 등 지극히 기본적인 결함들이 반복되며 근로자의 생명을 옥죄고 있다.
‘자율안전관리’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안전 예산은 삭감됐고, 현장의 안전망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실질적인 공포를 심어줘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엄격히 적용해 사고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게 징벌적 수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전 비용을 아끼는 행위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파산적 경고를 시장에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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