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범죄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자녀 사칭 보이스피싱 범죄이다. 범죄자들은 명의를 도용하거나 AI 기술을 활용해 주변인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등 피해자에게 접근해 긴급한 상황을 연기하며 이성적 판단할 시간을 빼앗는다.
특히 자녀·손자를 사칭한 사기 유형은 가족의 애정을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크고, 범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최근 경찰에 접수되는 사례 중 상당수는 핸드폰 액정 파손 또는 분실·고장을 이유로 기존 번호 대신 범죄자가 보내는 낯선 번호로 연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범죄자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활용한다. “엄마(아빠), 나야 …,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다른 번호로 연락해” “카톡 로그인이 안 돼서 급하게 이 번호로 연락했어” “수리 맡겨서 임시폰이야. 지금 급하게 송금 해야 되는데…” 등의 말로 피해자를 유도한다. 특히 부모들이 ‘기존 번호로 다시 전화해보라’고 하면 “지금 수리 중이라 전화 받을 수 없다”고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에는 계좌이체, 선불충전, 중고거래 대리 결제 등 즉시 송금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이 방식은 실제 자녀의 번호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면 속아 넘어가기 쉬운 수법 중 하나이다.
음성 합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녀의 억양·말투를 흉내 내는 ‘AI 음성 사칭’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메신저와 전화가 혼합된 방식, 영상통화가 가능한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까지 등장해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걸 더욱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2022년 경찰청과 신한은행이 함께 추진한 ‘우리 가족 암호 만들기’ 캠페인은 이러한 수법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예방 활동의 일환이었다.
캠페인은 가족 구성원만 알고 있는 ‘확인용 암호’를 미리 정해두고, 긴급 상황을 빙자한 전화가 오면 반드시 암호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우리 가족 암호는 ○○이다” “긴급 상황에서 자녀가 먼저 말해야 하는 질문 또는 답” “실제 상황과 평소 대화 패턴을 비교해 확인하는 체크리스트” 이렇게 가족끼리 정한 암호는 범죄자가 절대 알 수 없기에 갑작스러운 번호 변경이나 ‘휴대폰 고장’이라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사기범을 즉각 걸러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자녀 사칭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본 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번호로 연락 오면 반드시 기존 번호로 재확인하기! ‘액정 깨짐’ 등의 설명이 있어도 기존 번호·학교·직장·친구 등 다른 채널로 꼭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가족 암호를 먼저 확인하기! 암호를 말하지 않거나 다른 말을 둘러대면 바로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셋째, 계좌이체·상품권 구매 등 ‘즉시 송금’을 요구하면 100% 의심하기! 긴급을 이유로 재촉하면 반드시 끊고 확인하다.
넷째, 개인정보 요구는 무조건 거절하기! 은행·경찰·공공기관은 전화로 인증번호·계좌비밀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섯째, 의심 신고는 즉시 112로 신고하기! 사기 전화번호는 바로 차단하고 신고하여 추가 피해를 막는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술과 수법이 발전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휴대폰 액정 파손으로 새로운 번호 사용’이라는 단순한 설정조차 피해자에게는 매우 현실적인 상황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대비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만 아는 암호 하나”만 있어도 자녀를 사칭한 사기 전화는 한순간에 걸러낼 수 있다. 가족 간의 작지만 확실한 약속이 가족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된다.
경찰은 앞으로도 금융기관·지자체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다양한 예방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시민들의 주의와 관심이 피해를 막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지철환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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