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루의 총이 주어졌을 때, 인간은 무엇을 쏠까. 위협일까, 정의일까, 아니면 분노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이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우리가 믿어온 질서와 도덕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낸다.
총기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이 안전망 같은 배경 속에서 드라마는 가정한다. 만약 총이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은 더 이상 허구의 장치만이 아니다. 최근 현실에서 잇따라 터지는 불법 개조총 사건, 사제총기 사고들이 이미 그 답을 예고하고 있다.
총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분노를 비추는 거울이다. 힘이 없던 자는 총으로 권력을 꿈꾸고, 억눌린 자는 해방을,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는 선제 공격을 정당화한다. 방패였던 총은 어느새 칼날이 되고, 그 칼날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한다. 이는 곧 불신이 일상이 된 사회의 초상이다.
드라마 속 세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총이 유통되자 법과 질서는 힘을 잃고, 사람들은 총을 든 이를 피해 숨거나, 스스로 무장해야만 안심한다. 정의와 복수, 질서와 혼돈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엇이 옳은가”보다 “누가 먼저 쏘는가”가 중요한 세상이 된다. 이 모습은 총기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붕괴와 신뢰의 상실이라는 더 깊은 병을 드러낸다.
우리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과도한 경쟁, 불법과 불합리가 당연시되는 구조, 사라진 정직과 양심.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총’을 손에 쥐고 살아간다. 말이라는 총, 돈이라는 총, 권력이라는 총. 그것들은 때로 타인을 겨누고, 때로 나 자신을 겨눈다. 누군가는 그 총을 자기 가슴에, 누군가는 타인의 등에 댄다. 드라마는 묻는다. “누가 방아쇠를 당길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본래 폭력적인가, 아니면 상황이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트리거’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도와 문백, 두 주인공의 대립과 공조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정의와 법, 자유와 통제라는 개념 자체를 흔든다. 문백의 말 “총은 억압이 아니라 선택이다” 는 섬뜩하지만, 무력한 법 아래에서 고통받아온 이들에게는 충분히 유혹적인 명분일 수 있다.
‘트리거’ 의 진짜 힘은 자극적인 설정이 아니다. 총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사회와 인간, 국가와 개인, 권력과 윤리의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힘이다. 드라마는 “총이 있으면 사람은 쏜다”는 단순한 결론 대신, “우리는 왜 총을 들고 싶어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결국 ‘트리거’는 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불신이 일상이 된 시대, 양심이 가벼워진 세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방아쇠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 그리고 그 앞에 선 나의 선택.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듯,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묻는다.“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방아쇠를 겨누고 있는가?”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