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면 시행된다. 복지 패러다임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하는 이른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노쇠나 질병,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병원이나 시설에 머무르는 대신, 자신이 살던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가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고 장기적으로 돌봄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공동체의 노력이다.
그동안 돌봄체계는 분산되어 있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료시설로, 일상 돌봄이 필요할 때는 요양시설이나 복지시설로, 주거 불안은 공공주택 정책에 의존해왔다. 공급자 중심으로 구분된 이러한 서비스 체계는 노인계층이 겪는 복합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치료는 받았으나 돌봄이 필요하여 혼자 지내기 어렵거나, 돌봄이 필요함에도 주거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노인계층의 실질적인 생활편의에 기반한 수요자 중심의 의료·요양·주거복지 통합서비스가 시행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울산광역시는 관련 조례의 제정, 전담 조직 구성, 인력 확보 등 세 가지 핵심 지표에서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준비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게 갖춰져 통합복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그동안 개별적으로 시행되었던 ‘주거 정책’과 ‘복지 정책’이 실질적으로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하에서 돌봄의 중심이 시설에서 거주지로 옮겨감에 따라, 주거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복지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어르신들의 87%는 건강이 유지되는 한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한다. 심지어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48.9%가 익숙한 환경에서의 독립적인 생활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고령자가구는 자가의 단독·다가구주택에 거주하여 주택 관리의 부담을 개별적으로 감당하고 있다. 노후화된 주거환경은 급격히 저하되는 신체기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상·화재·고립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통합돌봄의 성공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주거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기존 거주 공간의 대대적인 환경 개선 지원이다. 집이 돌봄의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조건에 맞는 주거환경 정비가 필수적이다. 화장실과 욕실의 안전 손잡이 및 미끄럼 방지 시설 설치, 문턱 제거, 휠체어 통행 공간 확보, 화재경보기와 가스안전 차단기 설치 등 안전 홈케어 서비스가 일상적인 복지 서비스로 정착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요자 맞춤형 노인 특화 주택 공급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한 이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이들이 가정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 시설’ 성격의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매입임대주택이나 노인 맞춤형 공공주택을 활용해 단기 회복을 지원하고, 독거 어르신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공동 거주공간인 자립형 공동거주주택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홈 기술이나 정리·수납 지원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돌봄의 질과 효율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 간 협력과 전달체계의 정비가 중요하다. 주거와 보건·의료, 요양·돌봄이 원스톱으로 제공되려면 유관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건강보험공단, 보건소, 노인복지관, 주거복지센터, 공공주택 공급기관, 민간 요양기관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복지 현장에서 발굴된 돌봄 수요가 주거 정책으로 연결되고 주택정비와 서비스 제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이제 시작 단계다. 노후 주택 개보수부터 고령자 전용 주택 공급 정책까지, 주거정책이 지역사회 맞춤형 돌봄서비스와 조화를 이룰 때 정책의 효율성과 성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