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공업탑 이전, 상징의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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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공업탑 이전, 상징의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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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화의 서막을 알렸던 울산 공업탑이 60년만에 자리를 옮긴다. 이전 장소는 울산대공원 동문 연꽃연못 일원으로 확정됐다. 울산 도시철도(트램) 1호선 건설에 따른 교통체계(평면교차로)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이전 선택이다. 공업탑이 지닌 상징성은 울산의 뿌리다. 시는 이전 과정에서 공업탑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밀한 고증과 해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울산공업탑은 울산이 국내 첫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1967년 건립됐다. 톱니바퀴 모양 단상 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목표인구 50만명을 상징하는 다섯 기둥이 지구본을 떠받치는 형태로, 울산 산업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 개발 속에서 주변은 교통섬으로 변했고, 공업탑은 자동차 흐름 속 풍경으로 소비돼 왔다. 공업탑 이전 결정은 이 단절을 해소하겠다는 선택이다.

공업탑 이전은 도시 미관 사업이 아니라 공공기억을 다루는 행정이라는 점에서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울산시가 제시한 이전 해법은 공업탑을 원형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 아니다. 지구본과 군상, 선언문 비석 등 주요 구성물을 선별해 재활용하고, 이전지 환경에 맞춰 일부는 재제작하는 방식이다. 공업탑 설계도면이 남아 있지 않고 구조 안전과 시공 여건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활용과 재제작이 ‘상징의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이전은 보존이 아니라 교체로 기록될 수도 있다.

공업탑의 상징성은 개별 부재에만 있지 않다. 톱니바퀴 단상과 기둥, 지구본이 만들어낸 구도와 비례, 그 조합이 담아온 산업화 시대의 언어가 상징의 실체다. 일부 구조물이 철거·재제작되는 상황일수록 무엇을 반드시 계승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기준 없는 재해석은 시민에게 ‘새로운 공업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 순간 이전은 기억의 연속이 아니라 기억의 단절이 된다.

그래서 울산시가 추진할 공업탑 이전 디자인 공모의 핵심은 ‘새로움’보다는, 역사를 대하는 엄격한 ‘기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철저한 보존, 투명한 공모, 그리고 객관적인 검증의 원칙이 온전히 녹아들어야 함은 자명하다.

울산시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확고한 기준을 정립하고 정당한 절차로 이를 증명해 낼 때, 공업탑은 60년 울산의 정체성을 품은채 다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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