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생사의 기로에 서자, 울산시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석유화학 산업위기가 기업의 고용 위기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책적인 배수진을 친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지역 경제의 명운이 걸린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울산 석유화학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간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현재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이 지난해 이미 산업 및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돼 집중 관리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울산 남구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감소와 신규 채용 위축 등 정량지표가 확인되자 지난 1월 고용위기 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석유화학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울산 최대의 수출 산업이다. 울산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45%를 차지하고, 국내 석유화학 생산량의 23.8%를 담당한다. 지역 석화 기업들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울산시는 그동안 수차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요청했지만, 매번 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량 지표 미달과 자동차·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이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울산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조정의 칼날 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울산 석화산업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외면한 안일한 인식이다. 울산 GR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석화산업의 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울산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수출의 한 축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울산도 여수나 서산처럼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이 시급하다. 지금의 고용위기 대응지역 지정은 산업위기 이후에 따라와야 할 보완책이지, 선제 대응이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숙련 인력 유출과 지역 공동화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 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근로자 재취업이나 직업훈련만을 지원하는 것은 구조조정 이후를 대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선(先) 산업위기 대응, 후(後) 고용위기 대응’이 정상적인 정책 순서다. 정부는 이제라도 울산 석유화학산업을 살릴 실질적 대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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