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세상을 움직여라, 울산 학생참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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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세상을 움직여라, 울산 학생참여위원회
  • 경상일보
  • 승인 2026.02.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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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지나가던 추위가 다시 돌아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던 2월의 첫 주말, 울산 학생참여위원회 230여 명이 교육청에 모였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모인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함께 묻어 있었다.

이들은 학교생활의 주체로서 학교의 현실적인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공동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 가는 역할을 맡은 교육청 단위의 학생 대표들이다. 이날 오전에는 중학생 대표들이, 오후에는 고등학생 대표들이 모여 3월부터 시작될 자치활동을 앞두고 대표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차분히 익혀 나갔다.

그 준비의 깊이는 곧 학생들의 고민에서 드러났다. 학생들의 고민은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고, 그것은 학생대표라는 역할을 이미 깊이 고민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회의에서 좀처럼 의견이 나오지 않을 때의 막막함, 발언이 늘 익숙한 학생들에게만 모이고 조용한 학생들의 생각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 공동체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어떤 사업이 학교를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까지. 질문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각자의 고민을 안고 모인 학생들은 권역별 모둠에서 ‘좋은 회의’를 함께 고민하고, 학생참여예산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을 설계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공간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학생자치의 본질을 다시 떠올렸다. 학생자치는 완성된 답을 빠르게 찾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생각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인 것이다. 나의 생각이 타인의 이야기를 만나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조금 달라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만남의 힘을 실제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울산 학생참여위원회는 권역별 만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찾아가는 자치활동 교실에서 학교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며, 성과공유와 정책제안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치 역량을 차근차근 키워간다.

이처럼 학교와 학교를 잇는 만남들이 쌓이며 학생들은 ‘대표’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성장은 학교를 바꾸고, 학교의 변화는 지역과 사회를 조금씩 움직인다. 개인의 성장이 공동체의 성장으로, 공동체의 성장이 세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3월이 시작되면 학생대표로서의 역할이 때로는 외롭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서로에게 기대고, 서두르지 않고 함께 걸어간다면 그 걸음은 분명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한 사람의 변화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모여, 결국 세상을 움직인다. 그 시작점에, 지금 이 자리에 선 울산 학생참여위원회가 있다.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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