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는 변호사법 제26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가결했다. 신법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법률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 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와,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개정법상 신설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우리나라에서도 ACP(Attorney-Client Privilege)라고 약칭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는 미국 연방 증거법 제501조와 제502조, 독일 형사소송법 제53조 등 다른 나라들의 제도를 들여온 것이다. 영미법에서는 무려 1577년 판례법(Berd v. Lovelace)으로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 법제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데는 판례들이 서로 엇갈리고 다수의 학설이 대립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제12조 제4항)으로 명시되어 있고, 2004년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구체적인 입법 형성이 필요한 다른 절차적 권리의 필수적인 전제 요건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임을 확인한 판례(2000헌마138 결정)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 법제의 미비를 이용한 검사들의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과, 그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너무 컸다.
영미법 실무에 익숙한 탓에 변호사와 의뢰인 간 교신에 대한 비닉특권(秘匿特權)을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한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검찰의 수사에서는 대상이 되는 기업과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의뢰인들의 변호사 사무실까지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며, 변호인의 자문 의견서, 이메일, 심지어 휴대폰 메시지까지 유죄의 증거로 이용된다는 현실은 큰 충격이었다. 형사사법 절차상 방어권이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검사와 피고인의 무기 대등 원칙이라는 근대 형사소송의 이념과 법치국가 원리는 주먹보다 먼 법이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을, 나는 지금도 한국에서는 으레 그래왔다고 완전히 수긍하지 못한다.
이번 변호사법 개정이 평범한 일상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장래에 범죄를 저지를 것도 아니니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할 일도 없을 거라 무심히 말할 수도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다. 같은 사람이 12년째 대통령을 하고 있었던 1974년 한국의 이야기다. 그때 정부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일체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여러 차례 공포했고, 중앙정보부는 그 긴급조치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민청학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으며 배후에 인혁당이라는 조직이 있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관련 혐의를 받은 253명의 사람들은, 북한의 지시로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는 자백이 있을 때까지 고문을 당했고, 검찰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렇게 작성된 조서가 허위임을 호소하는 이들을 기소했으며, 법원은 이 중 15명에 대한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이들 중 8명에 대한 사형이, 유죄 확정판결이 있은 지 20시간도 채 되지 않은 다음 날 새벽에 집행되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9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을 만큼 일사불란한 연쇄 살인이 중정-검찰-법원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지만, 이 범죄에 가담했던 누구에게도 책임은 물어지지 않았다.
52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을까.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이었던 경희대 서보학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준사법기관을 참칭하는 검찰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을 다 가지고서 제삼자의 감시도 저지도 없이 피의자를 불러 원하는 답을 강요하고, 원하는 답이 안 나오면 가족과 친구, 거래처를 사건으로 만들어 피의자를 자백 아니면 자살이라는 벼랑 끝으로 모는 용납되어선 안 되었을 관행과, 그렇게 받아낸 자백들을 증거삼은 기소를 자신들의 수사 역량으로 만든 성과라며 자찬하는 행태의 비정상을 비판한다.
이번 변호사법 개정은, 그들이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쓰는데 80년이 가깝도록 머뭇거림이 없었던 이 기괴한 현실로부터 그 권한의 원 주인들을 지키는 작은 시작이자 성과다. 후속 입법과 법리들이 판례로 꾸준히 확인되고 축적되어, 그동안 권력집단들의 비호아래 묵인되던 거악(巨惡)의 뿌리 한 덩이가 잘려 나가는 현장을 함께 지켜보겠다.
이준희 미국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