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평범한 40대 공무원 윤정현(47)씨는 주말만 되면 정장을 벗고 열정적인 기타리스트로 변신한다. 평소 민원인을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대 위에서는 눈빛부터 달라진다. 기타를 잡는 순간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낯설 정도다.
세컨 기타의 심명희(46), 키보드의 이선화(43)·이나현(27)씨 역시 주말이면 중구생활문화센터 연습실로 달려가 ‘뮤지션 모드’에 돌입한다.
밴드의 꽃인 보컬 양소영(44)·최대환(34)·김도형(49)씨도 예외는 없다. 평일의 행정가가 주말에는 무대 위 주인공으로 바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드럼 파트다. ‘우리들의 도시樂’은 드러머가 여성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 주인공은 서지영(47)씨와 박여정(47)씨다. 연약해 보이지만 스틱을 잡는 순간 강렬한 파워를 뽐낸다. 체력 유지를 위해 헬스장까지 다니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로 파견된 박여정씨는 세종에서 울산까지 주말마다 달려와 합주를 빼먹지 않을 만큼 열정이 남다르다.
이 밴드는 지난 2009년 취미가 맞는 공무원 3명으로 시작됐다.
작은 연습실에서 소소하게 연주하던 모임은 2011년 5인 체제로 ‘도시樂(락)’이라는 이름을 달고 구청·복지관 행사에서 재능기부 공연을 이어갔다.
이후 퇴직과 전보로 한동안 명맥만 유지하다가 2022년 6명으로 재정비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경연대회 축하공연에서 100여명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존재감을 알렸고, 이를 계기로 관심 있던 직원들이 합류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밴드 이름도 ‘우리들의 도시樂’으로 바꿨다.
딱딱한 공무원 조직 속에 태어난 이 밴드는 2023년 중구청 시무식, 큰애기 야시장, 2024 성안동 별빛축제, 2025 학성동 봄소풍 축제, 성남동 커피페스티벌 등에서 꾸준히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며 ‘즐거운 공무원 밴드’로 입소문을 탔다.
동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삭막한 조직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MZ세대 직원들의 부러움 섞인 관심도 크다.
최근에는 보컬 김선희(39), 베이스 김미경(35)·박준혁(27)씨가 새 멤버로 합류해 다음 공연을 준비 중이다. 베이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객원으로 참여 중인 현대중공업 재직 최성원(43)씨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메인 기타이자 리더인 윤정현씨는 “올해는 더 많은 연습으로 실력을 키워 장애인복지센터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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