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화려한 고층 빌딩이나 넓은 도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느냐가 그 도시의 진짜 얼굴을 만든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도서관의 문턱을 넘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장소를 넘어 메마른 일상에 문화의 향기를 더하고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영혼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도서관은 정숙이 미덕이었던 과거의 틀을 깨고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의 거실’이자, 지역사회의 문화를 싹틔우는 ‘문화적 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울주군은 군립도서관이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며 주민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남겼다. 공간이 바뀌면 삶의 무대도 함께 바뀐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서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그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의 틀도 달라진다. 우리 주변의 도서관들이 최근 겪는 변화의 핵심이다.
선바위도서관은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소통이 흐르는 개방형 자료실 ‘모두의 서재’를 통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영감을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세밀하게 다듬은 것 역시, 미래 세대가 도서관을 ‘딱딱한 공부방’이 아닌 ‘즐거운 문화놀이터’로 인식하게 하려는 긴 호흡의 배려다. 17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온 옹기종기도서관이 전면적인 공간 재배치를 통해 주민 곁으로 다시 다가가는 과정이나, 온산도서관의 공간 확장 노력 또한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행정의 당연한 응답이다.
특히 천상도서관의 스마트도서관 이전 설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민의 발길이 잦은 곳으로 기술의 편리함을 옮기는 일은, 비단 도서 대출의 편의성을 넘어 ‘공공서비스는 주민의 삶의 동선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행정 철학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그 안을 채우는 사람과 프로그램이다. 세대를 잇고 미래를 여는 무형의 가치인 것이다. 도서관은 한 사람의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학습의 장이자 정서적 지지대가 돼야 한다. 선바위도서관의 ‘액티브 시니어’ 프로그램은 노년의 삶을 수동적인 휴식에서 능동적인 자아실현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의 소중한 자산인 UNIST와 연계한 청소년 과학체험 프로그램은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여기에 숲과 공원으로 직접 찾아가는 ‘선바위 야외도서관’은 도서관의 경계를 물리적 벽 너머로 확장한 색다른 시도다. 옹기종기도서관에 조성될 상설 야외 책마당 또한 자연과 책, 그리고 가족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책장을 넘기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일상의 복지다.
지속 가능한 문화 도시는 도서관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도서관에 대한 정성은 단기적인 지표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혜가 다시 이웃과 사회로 퍼져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행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우리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장소를 넘어, 주민들이 자신의 꿈을 인큐베이팅하고 이웃과 온기를 나누는 ‘공동체의 뿌리’가 되길 소망한다. 도서관이 활기찰 때 그 도시의 정주 여건은 단단해지고, 주민의 삶의 만족도 또한 깊어진다.
앞으로도 도서관은 주민의 일상을 가장 세밀하게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책 한 권의 여유가 주민의 고단한 하루에 위로가 되고, 도서관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향기가 울주 전역을 풍요롭게 물들일 수 있도록 묵묵히 그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다.
주민의 손길이 닿는 모든 책장 속에 울주의 밝은 미래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도서관은 언제나 주민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할 것이다.
박경례 울주군 문화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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