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출발해서 울산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의 창가 좌석에 앉아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다른 도시 공항에 착륙할 때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별한 도시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도시의 다섯 번째 얼굴, ‘제5 입면(Fifth Facade)’이다. 도시의 제5 입면이란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이다. 건물의 정면, 좌측면, 우측면, 후면과 달리 우리가 일상에서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바로 그곳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도시의 경관을 논할 때, 거리를 걷는 보행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건물의 외관이나, 자동차를 운전하며 스쳐 지나가는 가로변의 풍경을 경관디자인의 전부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이제, 도시를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해 9월, 울산은 국토교통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43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국가연구개발사업’ 통합 실증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본격적인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길천산단과 KTX울산역, 태화강역을 하늘길로 연결하는 ‘광역교통 서비스’가 구현되면, 많은 울산시민이 상공에서 우리 도시를 내려다보는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문제를 만나게 된다. 현재 울산의 제5 입면, 즉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입면의 풍경은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질서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의 행렬, 붉은 녹이 슬어 흉물스럽게 방치된 낡은 물탱크들, 어떠한 활용 계획도 없이 버려진 듯한 옥상 공간들이 우리 도시가 지닌 품격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울산의 모습은 정리되지 않은 창고처럼 어수선하고 초라하다.
이미 세계의 선진 도시들은 오래전부터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 경관을 매우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디자인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해 옥상녹화를 권장하여,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 사이로 싱그러운 초록빛의 공중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일본의 도쿄는 체계적이고 세밀한 지침을 수립하여, 건물 옥상의 색채와 형태, 각종 설비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 통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19세기, 오스만 남작의 대대적인 도시계획 이후 건물의 높이와 지붕의 색채를 일관되게 유지해서 어느 방향, 어떤 높이에서 도시를 바라보더라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었다. 이는 아름다운 도시를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확고한 도시 철학의 표현이었다.
울산의 제5 입면을 체계적으로 디자인하고 관리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시설 지붕의 과감한 예술화이다. 현재 단조롭고 칙칙한 회색으로 단순하게 덮여 있는 공장과 창고의 거대한 지붕에 울산을 대표하는 상징이나 역동적인 문양, 그리고 태화강의 아름다운 물결을 형상화한 대형 ‘루프아트(Roof Art)’를 적용한다면, 울산만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캔버스(Canvas)가 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산업시설이 흉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 둘째, 공공건물과 아파트 단지 옥상의 적극적인 녹화 추진이다.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정원도시 울산’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 도시의 녹색 철학과 비전을 수평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직적 차원으로 과감하게 확장하여, 하늘에서 내려다보아도 도시 전체가 싱그러운 초록빛 정원으로 아름답게 뒤덮인 경관을 연출해야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녹색 물결이 주변 건물의 옥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생태도시 울산을 명확하게 설명할 것이다. 셋째, UAM의 비행 항로를 따라 하나로 연결되는 ‘스카이 갤러리(Sky Gallery)’ 조성이다. 길천산단에서 KTX울산역을 거쳐 태화강역까지 이어지는 비행경로 아래에 있는 주요 건물들의 옥상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조형물과 빛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배치하여, 도시 상공을 나는 짧은 비행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잊을 수 없는 도시공간 체험이 될 수 있게 섬세한 연출이 필요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은 결국 그 도시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껏 가꾸어 왔는지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보여주는 척도다. 이제는 땅 위를 걸을 때뿐만 아니라 하늘 위를 날 때도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 도시의 제5 입면, 그 광활하고 새로운 캔버스 위에 울산의 미래를 그려 나가야 할 때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