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통합, 울산의 산업 주도권을 보장하는가?
상태바
[기고]행정통합, 울산의 산업 주도권을 보장하는가?
  • 경상일보
  • 승인 2026.02.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행정통합 논의는 지방소멸 극복과 광역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의 관점에서 이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재편이 아니라, ‘산업 주도권과 경제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울산시가 ‘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과 ‘시민 50% 이상의 동의’를 전제로 조건부 참여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울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산업수도며 한국경제의 심장이다. 2024년 기준 울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94조원 규모이며, 이중 제조업 비중이 63.2%(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수출의 중추를 담당하며, 울산항 물동량은 연간 약 1억9000만t 수준으로 국내 3위의 항만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집적도는 단일 도시 기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구조다.

울산의 제조업 기반, 부산의 항만·물류·금융 기능, 경남의 기계·항공우주 산업이 연계된다면 총 GRDP 366조원이 넘는 초광역 산업권이 형성된다. 특히 수소산업, 이차전지, 친환경 선박,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산업 밸류체인의 완결형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잠재력이다. 예컨대, 울산의 수소 생산·저장 기술, 경남의 항공·기계 제조 역량, 그리고 부산항의 글로벌 물류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수소 기반 산업벨트 조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또한 크다. 첫째, 재정 배분 구조 문제다. 울산은 지방세 자립도가 높은 도시다. 2025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약 52.9%로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통합 이후 재정 배분 구조가 불리하게 설계될 경우, 울산의 산업에서 창출된 세원(稅源)이 타 지역 재정 보전에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산업 기반 도시로서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산업 정책 주도권의 약화 가능성이다. 현재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정책 설계와 인허가,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비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 단위로 산업 정책이 통합될 경우, 특정 산업이 아닌 평균적·분산적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산업수도 울산의 전략 산업이 주변화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셋째,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구조적 불신이다. 울산은 국가 산업 성장의 최전방에 앞장서 왔으나,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감내해 왔다.

반면, 정책 결정권과 재정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가 행정통합 이후에도 반복된다면, 통합은 새로운 균형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집중과 소외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행정통합 논의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권한이다. 자치입법권, 과세권, 산업·교통·도시계획 권한이 실질적으로 이양(移讓)되지 않는 통합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은 지금, 산업정책과 지역개발을 지방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권한 재편이 선행돼야 한다.

또 하나의 전제는 시민 동의다. 산업과 경제 구조의 변화는 곧 일자리, 세금, 도시 정체성의 변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의,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 대다수의 동의가 확인될 때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은 민주적 정당성의 최소 조건이다.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대응의 하나의 수단일 뿐 만능 해법은 아니다. 울산에 있어 통합의 성패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되느냐’에 달려 있다. 실질적 권한 이양, 공정한 재정 배분, 산업 주도권 보장, 그리고 시민 동의,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행정통합은 울산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울산의 지속적인 산업 육성과 경제 발전이 아닌, 준비되지 않은 통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권한 이양과 시민의 선택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치분권이며, 지속 가능한 광역 경제권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오늘의 운세]2026년 2월13일 (음력 12월26일·무오)
  • [인터뷰]주영규 문무바람 사장, “기술 아닌 제도 발목…해상풍력 안정 추진 고민을”
  • [오늘의 운세]2026년 1월29일 (음력 12월11일·계묘)
  • 언양 반천지구 개발, 서울산 생활권 확장
  • PHEV 충전시간 7시간 제한…차주들 반발
  • [오늘의 운세]2026년 2월9일 (음력 12월22일·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