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엇인가를 볼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빛이 있어야만 한다. 빛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바라보기 위한 첫 번째 통로다.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고, 빛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진이 남기는 궤적 역시 전혀 달라진다. 울산의 사진 전문 갤러리인 율리 S갤러리에서는 안남용 사진가의 ‘빛을 향한 여정’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국제 실명 구호 기구 비전케어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진행했던 두 달간의 의료봉사를 기록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700명이 넘는 백내장 환자들의 수술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이 다시 빛에 닿아가는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안남용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 전시의 사진은 과거와 현재를 진열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다음 치료와 교육, 안내문으로 이어질 ‘사용되는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할은 선명하다. 이것은 단순히 상황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증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잘 찍힌 다큐멘터리 사진은 타인을 대상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타인의 존엄을 지키면서도 현실의 무게를 숨기지 않는다. 연민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실제로 달라지는 장면을 그저 눈앞에 놓아둘 뿐이다. 모든 사진가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사진의 영역은 순수예술부터 상업, 단순 기록까지 사용의 폭이 매우 넓다. 여기서 어떤 장르의 우열을 가리려는 의도는 없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나쁜 것도 아니다. 예술이 자신의 언어를 탐구하고 효율이나 목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될 때 드러나는 새로운 감각은 인간에게 예술이 꼭 필요한 이유가 된다. 다만 예술이 오직 자기 안에서만 완결되어 버린다면 우리는 예술이 가진 또 하나의 힘을 놓칠 수도 있다. 시대를 먼저 읽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예술은 분명히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틀이 될 수 있다. 예술은 당장 정답을 주지는 않아도, 우리가 정답을 찾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은 소설과 같고, 사진은 시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영상이 시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쌓아간다면, 사진은 한순간의 시간을 응축해 우리 앞에 놓는다. 시를 읽을 때 한 구절을 오래 곱씹게 되듯 사진도 그렇게 남는다. ‘빛을 향한 여정’은 사진이 예술적 언어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전시다. 예술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 동시에 예술은 누군가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감각을 더 넓힐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매체다. 단지 좋은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시구처럼 한 장의 사진이 오래 남는다면, 그리고 그 사진에서 비롯된 감정이 아주 작은 행동으로라도 이어진다면, 그 사진은 단지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실제 세계 속에서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