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규칙은 공공기관이 투명 유리창 등 인공구조물 설치·관리시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두고 있다. 다만 저감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어 행정 집행에 의존하는 구조다. 울산시에서도 2024년 12월 같은 취지의 조례가 시행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공공시설 전반으로 조치가 충분히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울산에서 저감 조치가 비교적 온전히 이뤄진 사례로는 울산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거론된다. 울주군 고운중과 상북중, 간절곶 기후위기대응센터, 일부 신축 아파트 방음벽 등에 부분적으로 장치가 도입됐지만 전면 설치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류는 눈이 머리 측면에 위치해 전면 응시가 어렵고, 투명하거나 반사되는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 속도도 빨라 충돌 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이에 따라 저감 장치는 불투명 소재를 사용하거나 일정 간격의 점·무늬를 부착해 구조물을 인지하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는 가장 작은새인 상모솔새를 기준으로 가로 5㎝, 세로 10㎝ 간격으로 표시하는 ‘5×10 규칙’이 권고된다.
저감 테이프 비용은 3㎡ 기준 1만5000원에서 2만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고층 건물은 장비 사용 비용이 추가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외관 훼손과 조망권 침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는 원거리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제품이 출시되고 설계 단계에서 저감 유리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면서 비용과 경관 부담이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접수된 유리창·건물 충돌 구조 개체는 298마리로 집계됐다. 충돌 직후 폐사하거나 포식자에 의해 사라지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충돌 개체에는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종도 포함된다. 지난 2023년 10월 남구 한 아파트 방음벽에 부딪혀 팔색조가 숨진 사례가 있었고, 전국적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찰됐던 노랑가슴솔새가 유리창 충돌로 폐사한 뒤 폐기됐다가 뒤늦게 확인된 일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동성 조류 특성상 질병이나 위치추적기 등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학생들이 밀집하는 학교·놀이터 인근 건물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위생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조류 충돌 저감 장치는 소화기나 배리어프리 시설처럼 일상화돼야 할 시설”이라며 “충돌 개체를 발견하면 임의로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관계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는 조례 제정 이후 신축 공공건축물에는 저감 조치를 의무화해 미이행 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례 제정 이전 건물은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설치율이 낮고 기존 건물을 대상으로 한 지원 예산도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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