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남으면 가난 대물림”…청년들의 ‘생존형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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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방 남으면 가난 대물림”…청년들의 ‘생존형 탈출’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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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자산 불평등이 ‘부동산’과 ‘부의 대물림’을 축으로 고착화되면서, 성실한 노동만으로는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사그라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특히 울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청년들에게 ‘지방에 남으면 빈곤이 대물림된다’는 실존적 공포를 심어준다. 이는 결국 인구 유출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환경이 지위를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사실상 그 막을 내린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이제 자산 격차는 노력을 비웃는 새로운 ‘계급’으로 굳어지고 있다. 부모의 상속과 증여를 발판 삼아 일찌감치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이들이 자산 증식의 가속도를 내는 사이, 생계형 부채를 안고 사회에 첫발을 뗀 청년들은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사회 하층부에 고착되고 있다. 노동 소득이 자산 소득의 증식 속도를 결코 앞지를 수 없는 냉혹한 구조가 부의 세습을 공고히 하는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고착화는 지역 소멸 위기를 더욱 가속화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방 거주자 중 부모가 소득 하위권일 때 자녀 역시 하위권에 머무는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지방에 남는 것이 곧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에게 수도권 이주는 생존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 역시 인구 유출로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인구 순유출이라는 뼈아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의 미래 동력인 10대와 20대의 순유출률은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유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향했다는 사실은, 더 나은 교육과 자산 형성의 기회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청년들의 ‘생존형 탈출’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비수도권 청년들의 탈지방 행렬은 “지방에는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없다”는 절망적 선언이자 사회적 아우성이다. 노력이라는 가치가 환경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작금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방증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지역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1020 세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교육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울산형 주거·자산 지원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세대 간 빈곤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산업 구조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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