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원에서 자립으로, 울산 콘텐츠 산업의 다음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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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지원에서 자립으로, 울산 콘텐츠 산업의 다음 과제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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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지역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에서 결정된다. 특히 콘텐츠 산업은 아이디어와 인재, 그리고 시장에서 통하는 사업 구조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울산 역시 산업 다변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콘텐츠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며 기반을 확대해 왔다. 각종 지원사업과 시설 구축을 통해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 유치에도 노력해 왔다. 이제 울산은 기반을 만드는 단계를 지나, 그 기반 위에서 기업이 실제로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현재 울산에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을 비롯해 콘텐츠기업지원센터, 글로벌게임센터, 메타버스지원센터, 콘텐츠코리아랩, 웹툰캠퍼스 등 다양한 기관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 창업, 제작, 장비 지원, 입주 공간 제공 등 기능만 놓고 보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인프라다. 외형적으로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갖춰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들의 이야기는 다소 다르다. 기관이 분야별로 나뉘어 운영되다 보니 지원 정보를 각각 찾아야 하고, 사업 간 연계성이 부족해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콘텐츠 산업은 단순히 제작 한번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아이디어 기획에서 시작해 시제품 제작, 상용화, 마케팅, 투자 유치, 판로 개척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업의 성장 기반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원 기능이 분산되어 있으면 기업은 여러 기관을 오가며 행정 부담을 감당해야 하고,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관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거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업 중심의 원스톱 지원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성과 집중도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 구조에 있다. 울산의 콘텐츠 기업 다수는 소규모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국고 지원사업에 의존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과제가 선정되면 제작이 이루어지고,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다음 지원 공모를 준비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어렵고, 인력 고용 역시 단기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나 자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콘텐츠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체 지식재산(IP)을 확보해야 한다. 외주 제작이나 단기 과제 수행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 축적되지 않는다. 자체 캐릭터와 스토리, 게임, 웹툰, 영상 등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반복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본질은 제작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서 선택받는 ‘자기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현재와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위험성도 크다. 만약 국고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정책 방향이 변경된다면 상당수 기업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지원사업 종료 이후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중단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떠나면 인재도 함께 이동하고, 지역에 축적된 산업 경험과 네트워크 역시 사라지게 된다. 어렵게 조성한 생태계가 유지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정책의 방향은 단기 제작 지원을 넘어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IP 개발과 고도화, 사업화, 투자 연계, 유통 및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스타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 사례가 등장할 때 산업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고, 투자와 인재가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콘텐츠 산업은 지원으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지원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 시장에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입증할 때 비로소 지역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 울산이 제조 중심 도시를 넘어 창의 산업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자립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원에서 성장으로, 그리고 자립으로. 분산된 지원을 연결하고,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을 키울 때 울산 콘텐츠 산업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의 미래는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기업에서 시작된다.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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