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오르는 뱀은 안개 속에서 논다고 한다. 이것은 용이나 뱀이 구름이나 안개의 힘에 힘입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름이나 안개의 힘만으로 나라가 잘 다스려질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예를 본 적이 없다. 구름이나 안개를 타고 놀 수 있는 것은 용과 뱀의 재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비록 구름이 있더라도 지렁이는 잘 탈 수 없고,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개미는 잘 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렁이나 개미의 재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 걸(桀)과 주(紂)가 천하의 왕이 되어 구름과 안개의 위세로서 정치를 하더라도 천하는 혼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걸이나 주의 재질이 천하를 다스리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권세는 반드시 현자(賢者)만이 사용할 수 있고, 우매한 사람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현자가 권세를 사용하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우매한 사람이 권세를 사용하면 천하를 혼란에 빠뜨리고 백성을 고단하게 한다. 그런데 세상에 현자는 적고 우매한 자는 많다. 그러므로 현자가 권세로서 세상을 잘 다스릴 가능성은 작고 우매한 사람이 권세로서 세상을 어지럽힐 가능성은 크다. 그래서 주서(周書)에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마라. 날개를 달아주면 호랑이는 마을에 뛰어들어 사람을 잡아먹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우매한 사람에게 권세나 지위를 주는 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위의 글은 모두 <한비자> ‘난세’에 나오는 말이다. 2026년 전반기는 선거의 때이다. 그런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줄까 싶어서다. 광역시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도의원·시의원·구와 군의원, 모두 권세이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권세를 잡고서 구름을 타고 안개 속을 논다면 세상은 얼마나 혼란해지고 사람은 얼마나 고단해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사람의 현명함을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이 빨간지 파란지를 먼저 따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편 네편 가려서 무조건 투표하니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쉽다. 제발 이번만은 현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