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02) 매화 옛 등걸에 매화(생몰연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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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02) 매화 옛 등걸에 매화(생몰연대 모름)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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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분분한 춘설 속 매화 피어나듯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 집>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우리 사는 마을에도 춘절이 돌아오니 천지간에 매화꽃에 매화향기 그득하여 어디 지상 낙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통도사 자장매는 이미 만개해 애호가들의 눈길을 빼앗은지 오래고 지리산 구례 화엄매도, 산청 산천재 남명매도 매화찬을 읊어대는 이들의 매화 소식이 쇄도한다. 모두들 시인이 되어 또 사진작가 되어 솜씨를 뽐내어서 보내오는 매화 소식에 나날이 봄눈을 뜬다.

나의 마당귀에 청매화도 겨우내 텅빈 마당에서 혼자 살포시 눈뜨고 그저 호사도 없는 주인을 구태어 시선을 붙잡으려 들지도 않은 채 저 홀로 피는 양이 열아홉 소녀 같아 더욱 살갑다.

매화는 조선 후기 평양 기생으로 시서화에 뛰어난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다.

평양감사로 부임해 관리와 가까이 지냈으나 이미 떠나간 임을 원망하며 늙은 자신과 고목이 된 매화를 중의법(重義法)으로 시를 읊었다.

참으로 늙은 등걸에 한 두 송이 띄엄띄엄, 햇가지엔 보송보송 꽃을 다는 모습에서 선인들은 인생을 배워가며 매화찬을 읊어 간 것이다. 늙으면 꽃도 성글게 피우듯이 자연의 가르침을 받아 새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춘절(春節)과 춘설(春雪)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기생 매화의 시문이 뛰어남과 그 재치가 돋보인다.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정든 이가 돌아올 듯도 하건만, 올 뜻이 전혀 없는 임을 원망하며 난분분한 춘설 탓으로 돌려보는 재치를 보여준다.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세상이라면 꼭 봄눈 탓만이 아니겠지요. 차라리 봄눈이라도 흩날려 이 정치적 험난한 시국을 봄눈으로 가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봄의 그리운 하루!

하루아침에 떨어져 버릴 매화향기, 매화꽃잎은 어떡할까요.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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