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 해소 첫걸음은 ‘틀림’ 아닌 ‘다름’ 인정하는 것
상태바
세대갈등 해소 첫걸음은 ‘틀림’ 아닌 ‘다름’ 인정하는 것
  • 이춘봉
  • 승인 2020.06.22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은 말이죠”…2030에게 듣는다
1)안순형 UNIST 총학생회장
▲ 안순형 UNIST 총학생회장은 “세대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빚어진다. 서로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 이라고 말했다.

병역 마치고 복학하니 ‘화석 학번’
기성세대의 고충 이해할 것 같기도
나이 앞세워 권위 세우기보단
능력·인품으로 존경받아야
‘꼰대’ 소리 듣지 않을 수 있어
‘저성장 기조’ 울산, 일할 곳 많지 않아
인재들 지역에 기여할 환경 조성해야


본보는 ‘“나때는 말이야”…원로에게 듣는다’라는 창간기획을 통해 울산 발전을 이끌어 온 각계 원로들의 목소리를 듣고 울산 재도약의 실마리를 모색했다. 세대 갈등이 심해진 지금 원로의 목소리는 자칫 ‘꼰대의 지적질’로 비칠 수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구축한 노하우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어 ‘“지금은 말이죠”…2030에게 듣는다’는 기획을 진행, 20~30대들의 눈높이에서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안순형(25) UNIST 총학생회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6년째 울산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어느새 ‘반 울산사람’이 됐다. 인간공학을 전공하는 만큼 이과적 소양은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갖추고 있다. 학과 공부와 학생회 활동을 병행하며 학교와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고 있는 안 총학생회장으로부터 20대가 바라보는 울산과 우리나라 사회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우리나라는 각계각층이 편을 갈라 대립하고 있고 상대에 대한 혐오의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대 갈등은 그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인데, 이런 세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대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빚어진다. 사람은 각자가 경험한 것을 통해 판단의 기준을 마련한다. 하지만 세대별로 처해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쯤 되면 아예 문화권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세대별로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 심지어 생활 방식까지도 거의 다른 나라 사람인 듯하다. 혼밥·혼술 문화만 봐도 그렇다. 기성세대는 뭘 하든 같이 하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 각자의 영역 존중을 중요시한다. 문제는 서로의 차이를 다름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틀림으로 인지하고 비호감을 갖는 것이 갈등의 원인인 듯하다. 기성세대는 우리가 미숙하다며, 우리는 기성세대가 진부하다며 서로를 냉소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가며 시민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안타까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세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문제 해결은 정확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서로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나는 무조건 맞고 너는 무조건 틀리다’는 식으로 서로의 주장만 고수해서는 갈등을 풀 수 없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때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렇게 한 걸음씩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스탠스가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니 ‘화석’ 학번이 됐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신입생과 생활하다 보면 기성세대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복학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될 것인가에 대해 오늘도 고민한다. 확실한 결론은 더욱더 다듬어야겠지만, 나이와 배경을 앞세워 권위를 세우기보다는 능력과 인품으로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은 기성세대가 되어서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적어도 꼰대 소리는 안 듣고 살지 않을까.”

-대학생들이 진단하는 우리나라의 문제와 울산의 문제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울산에서 대학을 다닌 지 6년째다. 신입생 때 낯설었던 울산역과 울산 시내의 모습이 이제는 제법 친근하게 느껴지고, 울산을 떠나 있을 때는 종종 그리워하게 되니 이 정도면 울산이 마음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신입생 때에 비해 울산의 인프라가 많이 발전한 것은 좋지만, 예전보다 활기가 없어진 느낌이 들어 아쉽다. 신종코로나의 영향을 차치하고서라도, 몇 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 저성장 기조가 제조업을 시작으로 점점 고착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감소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 저성장이 맞물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갈등하는 것이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저성장 해소의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무적 차원에서 대화와 타협의 장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와 울산시 차원의 다양한 청년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떻고, 실제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UNIST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울산시 지방정부의 많은 재정이 투입된 과학기술원으로, 우리는 국가와 울산시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인재라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에 울산에서 일할 곳은 그렇게 많다고 볼 수 없어 아쉽다. 결국 울산에서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자아를 실현할 기회가 많이 제공돼야 고급 인재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도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고급 인재의 해외 유출에 대해 고민하듯이, UNIST 출신 인재가 울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울산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국가적 R&D 사업의 유치, 벤처창업 육성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총학생회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는.

“총학생회란 무엇이고 어때야 하는가를 늘 고민한다. 우선 총학생회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학생의 대표로서 학생 복지와 권익 향상에 신경 쓰고,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학풍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세계의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UNIST만의 독특한 학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풍과 같은 아이덴티티는 총장이나 학생회장 개인이 주장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조금 조심스럽지만 우리만의 학풍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닦고, 구성원에게 화두를 던지는 일을 하고 싶다. 학생자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한다. 학생사회의 지속성에 대한 어려움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의 고민거리다. 1980년대 총학생회는 사회운동의 구심점으로서 헤게모니를 갖고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워진 시대다. 학생들의 관심도 그 정도가 많이 줄었다고 본다. 만연하는 개인주의, 학생사회의 비정치·탈정치화라는 트렌드 앞에서 총학생회는 학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글=이춘봉기자 bong@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