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말바꾸기에 신뢰도 바닥 상태
2007년 착공·공정률 37%서 중단돼 흉물로 방치
잇단 규모 축소·용도변경…복합환승센터도 무산
변화된 여건, 사업 이행 청신호 작용
코로나 이후로 해외 대신 국내여행 활성화 해석
일대 도시개발·도로 개통 등 투자 여건도 성숙
롯데 “정주형 휴식공간으로 조성”
워터파크 축소…가족단위 관광객 찾는 리조트로
부산 기장 아난티코브와 유사 분위기 연출 전망
울산을 무대로 하는 각종 사업 약속을 잇따라 번복해 ‘양치기 소년’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롯데가 강동관광단지 핵심 선도사업인 강동리조트 조성을 재개하기로 했다. 수차례 공수표를 날린 전례가 있다 보니 이번 약속을 지킬지 관심이 모아지는데, 울산시는 각종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롯데 측의 의지도 강해 사업이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07년 강동리조트 조성 사업을 착공한 뒤 2009년 6월 공정률 37%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약 7년 뒤인 2016년 2월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곧바로 중단했다.
당시 롯데는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리조트는 지상 29층에서 13층으로, 건축 면적은 9만9958㎡에서 6만7599㎡로 줄였고 객실 수도 598실에서 294실로 절반 이상 줄였다.
롯데는 지난해 3월 리조트를 생활형 숙박시설로 변경하는 안을 울산시에 제출했다가 부동산 투기 여론이 일자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사업 포기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롯데가 강동리조트 공사에 손을 떼면서 조정 중이던 구조물은 흉물로 방치돼 왔다.
KTX울산역의 핵심 시설인 복합환승센터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3125억원을 투입해 KTX울산역 일원에 복합환승센터를 짓기로 했지만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8년 6월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개발계획서 변경안을 제출해 시가 올해 초 승인·고시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올해 하반기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역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의 이런 잇단 말 바꾸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롯데가 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대폭 증액해 내년 공사를 재개키로 했지만 시민의 확실한 믿음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시는 변화된 여건으로 이번 약속은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롯데그룹 내부에서 강동리조트를 이대로 계속 묵혀놓기보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롯데 측이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전망이 수려한 강동권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측은 최초 사업 추진 시점과 현재의 여건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업 재개의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예전보다 사업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사업비를 늘려 투자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시가 관광산업을 역점 분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고, 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강동골프장 착공에 강동산하지구 도시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투자 여건이 성숙했다는 게 롯데 측의 판단이다. 울산외곽순환도로까지 개통될 경우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점도 사업 재개를 거들었다.
워터파크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 관광객 유인 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강동리조트 사업을 정주형 휴식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관광 트렌드가 워터파크 중심의 놀이시설에서 가족단위 관광객이 사계절 찾을 수 있는 리조트 중심의 휴양 개념으로 바뀐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동리조트는 울산 인근의 부산 기장 아난티코브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는 “그동안 사업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부득이하게 사업을 재개하지 못해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내년에 재개하는 강동리조트 사업이 마중물이 돼 강동관광단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단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