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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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한마을
  • 경상일보
  • 승인 2021.01.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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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옥 호계고 교사

‘우리 집 거실에서 찍은 해돋이’ 새해 첫날 해돋이 사진을 보내왔다. 덕분에 따신 방에서 고요히 해맞이를 했다. 늘 돋는 해인데 그럼에도 무엇인가 과거와 이어진 끈을 끊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어 마음을 다잡고 싶은 것인 게다. 핑계 삼아 바닷바람이라도 쐬러 나섰다. 거실에서 날마다 솟는 해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고 사는 후배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먹고, 그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멋진 사람을 만나 그 좋은 기운을 좀 받아야겠다.

윤이는 초등학교 일학년, 그간 못 본 사이에 많이 야물어졌다.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면서 휴직을 하며 이만큼 키웠다. 처음으로 학부형이 된 친구는 한 해를 더 육아휴직 중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집안 곳곳이 윤이가 만든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한 순간 한 순간 빛나는 기운으로 만든 하나밖에 없는 귀한 것들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윤이가 피아노를 친다. 잘 친다, 멋지다 칭찬을 했더니, 요즘 배우고 있는 악보집을 꺼내 놓고 이것저것 다 쳐준다. 또 온갖 것들을 꺼내어 두고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게다. 냉장고 한 면은 아이가 그린 작품으로 꾸며놓아 작은 갤러리가 돼있다. 그림을 요모조모 살피며 이쁘다, 잘 그렸네, 하며 한참 보고 있으니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색깔로 알록달록 그린 꽃들이 신난다. 그림 한 점을 선물로 받았다. 식탁 유리 밑에 아이가 보낸 편지가 있다. 힘주어 또박 또박 쓴 글씨가 기운차다. 집안은 온통 윤이의 소리로 가득하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부모가 귀를 활짝 열고 마음 다해 받아주니 이렇게 활기차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 속에서 친구도 부모로 성장하고 있다.

요즘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이 제법 늘었다.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육아 휴직 기간은 두 달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까지 자랄 때까지 곁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며 지내고 싶었지만 또 그럴 형편이 못되어 아침마다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모질게 두고 나서야만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온마을’을 부모가 오롯이 감당하느라 갖은 애를 다 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은 어차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어서 부모는 미안함에, 아이는 결핍감에 서로 상처를 갖게 된다. 그 상처는 살아가면서 치유될 수도, 깊어질 수도 있다.

창원시에서 인구 100만을 사수하기 위해 결혼을 하면 1억원을 대출해 주고, 한 명을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두 명을 낳으면 원금의 30%를, 세 명을 낳으면 1억 원 전액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그 ‘온마을’을 1억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신미옥 호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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