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낙동강환경청은 시멘트 바닥을 보존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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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낙동강환경청은 시멘트 바닥을 보존하려는 것인가?
  • 이춘봉
  • 승인 2019.11.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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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봉 사회부 차장

땅콩과 멸치 등 조미 안주류 제조로 유명한 세계식품이 울산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 일원에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다 낙동강환경청의 반대에 부딪쳐 사업을 중단했다. 이 사업은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과 인근 주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500명 이상의 인구 유입과 세수 창출 효과를 기대하던 울주군은 아쉬운 모습이 역력하다.

군은 외곽지역 활성화를 위해 거점형 공공 타운하우스를 조성하고 부도심 육성의 전초 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동·두서면에 투입되는 예산이 각각 300억~400억원대에 달하는 반면 당장 추산되는 인구 유입은 500~600명 선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 한 푼 들이지 않는 민간산단 조성에 따른 인구유입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산단 유치 좌초에 따른 군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업을 환영하던 주민들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지역주민 신규 채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던 만큼 주민들은 행정과 정치권 등에 탄원서를 보내며 사업 추진을 호소했다. 낙동강청은 인근 주민 삶의 질 저하와 낙동정맥 핵심구간 보존을 이유로 들었지만 타당성이 떨어져 보인다.

우선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는 주민반대가 우려될 때나 감안할 부분이다. 비교적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업종인데다, 인근 주민들이 유치를 지지하는 마당에 주민 불편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핑계라는 시각이 많다.

두 번째 이유이자 낙동강청이 사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낙동정맥 핵심구간 보존인데, 이 역시 사업자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존이 필요한 낙동정맥 핵심구간은 민간이 알 수 없는 정부 내부 자료인 만큼, 사업 추진을 위한 초기 협의단계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부지 매입을 마치고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까지 마친 뒤 본안 협의에 접어들고서야 낙동정맥 보존을 거론한 것은 순서가 틀렸다.

본안 협의 과정에서의 문제도 눈에 띈다. 사업자 측은 낙동강청의 보완 요청에 따라 핵심구역에서 50~90m를 이격해 공장을 짓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낙동강청은 최소 150m 이상을 이격시키라고 재보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일대가 이미 상당 부분 개발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사업부지 중 핵심구간에서 50~90m 떨어진 곳은 포장된 주차장 부지가 조성돼 있다. 낙동정맥 핵심구간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골프장이 있고, 대규모 유원지는 물론 공단도 조성돼 환경 보존에 대한 필요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추진 당시 낙동강청은 상부정류장 부지에 구름병아리난초 등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발견되는 등 환경을 보전할 필요성이 높아 부동의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떤 식생이 존재하는지 거론하지 않고 막연히 150m를 이격시키라고 제시했다. 논밭이 있고 골프장과 산단이 있는 곳에 얼마나 중요한 식생이 존재할 지 의문이다.

사업자 측은 사업 계획을 일부 수정해 재추진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낙동강청이 그때도 사업에 제동을 건다면 이번과 달리 명확한 이유를 대야 한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행정과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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