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불법 사육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이 탈출해 야산에 나타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탈출한 반달곰은 온순한 성격이어서 큰 사고 없이 포획됐지만, 재발 시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 농장 일원에서 포획된 반달곰은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범서읍 중리의 A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개체로 추정된다. A 농장에서 곰이 탈출했다고 신고한데다가 인근에 다른 곰 사육 농장이 없고, 국립공원 생물종보존원에서 방사한 개체도 아니기 때문이다.
탈출한 반달곰이 포획되기 전까지 사람과 많은 접촉이 없어 사고가 없었지만,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을 경우 자칫 인명 피해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광양시 다압면의 한 민가에 반달가슴곰이 출현해 닭을 잡아먹고 사라지기도 했다.
반달곰을 사육하는 A 농장에서 서북쪽 2㎞ 거리에는 마을은 물론 어린이천문대와 범서지지워터피아 등 관광 시설이 들어서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농장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지만 농장주의 비협조로 원활치 못한 실정이다. 이날 울산시 관계자가 반달곰 반환을 위해 A 농장을 방문했지만 농장주가 농장 내부를 공개하지 않아 몇 마리가 사육 중인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A 농장이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고 곰을 사육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달곰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육시설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지자체로부터 동물원 등 전시시설 허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A 농장은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반달곰을 사육했다.
낙동강환경청은 지난해 A 농장의 불법을 확인한 뒤 경찰에 고발했고, 농장주는 벌금형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청은 이번 탈출 소동을 일으킨 반달곰 처분을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청 관계자는 “지침상 원소유주에게 반달곰을 반환해야 하지만 사육시설 등록조차 안된 곳이어서 내부적으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같은 사안으로 재고발할 수는 없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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