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 이후 인근 농지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화학물질 운반 중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방제 필요성이 제기된다.
26일 울산 울주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울산~부산고속도로 청량IC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탱크로리 차량의 밸브가 열려 부식방지제 약 200ℓ가 고속도로에 유출됐다. 당시 업체와 소방당국이 출동해 현장에 유출된 화학약품을 수거했다. 그러나 사고 다음 날인 15일 내린 비로 고속도로에 남아 있던 화학약품이 배수로를 타고 인근 논까지 흘러 들어가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속도로 배수로 인근에서 영농 중인 A씨는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을 찾았다가 논에 가득찬 물에서 역한 화학약품 냄새를 맡았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물 색깔이 점차 탁해지고 있다”며 “사고 직후 물을 받은 논은 이상이 생겼고, 한참 뒤 물을 받은 논은 문제가 없는 걸로 미뤄 화학약품이 섞인 물이 배수로를 타고 논에 흘러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의 논에 설치된 모판의 벼 일부는 잎이 누렇게 썩었고, 잎과 줄기가 무사한 것도 대부분 뿌리는 썩어 생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울주군은 15일 A씨의 논에서 시료를 채취해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철저한 방제가 이뤄지지 않아 2차 사고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약품 등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흡착포와 모래 등을 동원해 방제를 실시한다. 하지만 바닥에 스며든 것까지 완전히 방제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배수로 일원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호우시 인근 지역까지 오염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방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26일 오전 6시13분께 울산 울주군 온양IC 진입로 인근 도로에서 탱크로리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적재 중이던 고무 제조용 화학물질 약 8ℓ가 유출됐고, 소방당국은 부직포 등을 이용해 현장을 방제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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