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44)]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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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44)]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1.06.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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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선암사에 탑이 있었나요?” 매화가 필 때면 선암사로 탐매를 나서는 여자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물었다. 해마다 선암사 순례를 간다는 사람도 삼층석탑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면서 정호승의 시 ‘선암사’는 줄줄 외운다.

선암사 경내는 보물급의 문화재가 많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철마다 피는 꽃이다. 나이든 동백꽃이 ‘툭툭’ 떨어질 때, 수령 600년이 넘는 선암매의 기품에 끌려서, 봄이면 경내를 가득 메우는 진분홍 겹벚꽃 자태를 보기 위해 뭇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선암사라면 무지개다리인 승선교과 함께 강선루의 아름다움을 빼 놓을 수 없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전각들도 매력적이고 해우소인 뒤깐까지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대웅전 마당에 동서로 놓인 보물 제395호 삼층석탑은 무심히 지나친다. 석탑을 감싸 안은 대웅전 또한 보물이지만 눈여겨보진 않는다. 여러 번 선암사를 다녀온 나 또한 탑은 늘 희미하다. 그래서 꽃 피는 계절을 피해 쌍탑만 오롯이 마음에 담고 오리라 벼르고 떠난 여행이었다.

▲ 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
▲ 순천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

조계산 동쪽 기슭, 신라시대 고찰인 선암사에 들어서자 두 기의 석탑이 단정한 모습으로 반겼다. 이중의 기단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이다. 높이 4.7m로 대웅전 앞에 동서로 나란히 놓인 탑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비례가 알맞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괜히 흐뭇해진다. 팔작지붕과 겹처마의 화려한 대웅전과도 여법하게 어울린다.

집으로 돌아와 삼층석탑을 아무리 떠 올리려 해도 안개 속이었다. 앞마당의 만세루며 지장전과 심검당도 생생한데 석탑만은 화면에서 쓱싹 지워진 듯 했다. 찍어 온 사진을 보고서야 ‘아, 그렇지.’ 하면서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날 아침, 절집에서 마신 매화꽃차 향이 너무 진했던 탓이다. ‘산사의 정원, 천년 꽃절’로 불리는 선암사에는 전각들도 꽃이고 삼층석탑 또한 꽃으로 피어 앞으로도 쭉 향기로 전해지지 않을까.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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