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조용한 농촌마을인 울산 울주군 청량읍 청송마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김득환(70) 이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고추밭에 도둑이 들어 고추를 다 훔쳐 갔습니다. 주민들은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수시로 감시 감독을 하시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농작물 절도 사건은 비가 내렸던 지난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야간 시간 발생했다. 90대 노모와 함께 청송마을에서 거주하는 60대 주민이 약 400여㎡ 규모의 밭에서 키우던 고추가 몽땅 사라진 것이다.
전날까지 350여그루의 고추나무에 매달려 있었던 빨간 고추를 싹쓸이 당했다. 대략 15~20근, 40만~50만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당시 고추밭 인근에 설치된 조명은 농작물 생육에 방해된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꺼져 있었다.
김 이장은 “고추 수확철을 노린 좀도둑의 짓”이라며 “깜깜한 밤에 찾아와 약 2~3시간 동안 고추를 다 따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송마을은 2~3년 전부터 수확철 농작물 좀도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작물 좀도둑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 CCTV를 설치해달라는 요구도 했지만 현재 마을 출입구 3~4곳 중 1곳에만 CCTV가 있다.
김 이장은 “좀도둑이 기승을 부려 지난해엔 새벽마다 두 세 차례 동네 순찰을 돌기도 했다”며 “사람이 없는 야간시간을 골라 좀도둑이 출몰하다보니 절도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고추 도둑을 잡아달라고 11일 오전 경찰에 신고했다.
올해도 울주군 지역 내 농작물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아 농심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다. 지난 4월5일엔 상북면의 한 농장에서 엄나무순을 훔친 60대 등 4명이 검거됐다. 앞서 3월에도 온양읍의 한 밭에 몰래 들어가 머위를 캔 혐의로 주부 3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 모두 피해액이 많지 않지만 농작물을 훔친 혐의(절도)가 적용돼 불구속 입건됐고,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액이라도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순찰을 자주 돌며 농작물 절도 행위 근절에 나서는 것은 물론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