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중공업 노사, 상생의 신호탄 쏘아 올렸다
상태바
[사설]현대중공업 노사, 상생의 신호탄 쏘아 올렸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8.2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사가 최근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화상 계약식에는 의외의 인물이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바로 불과 한달보름여 전에 판넬 공장 앞 4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며 전면파업을 주도했던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다.

경영진과 나란히 자리한 조경근 지부장은 이날 계약식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믿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노동조합도 안전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무결점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상생으로 전환한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단협을 어렵게 마무리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22일 조인식과 함께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선언’ 선포식을 가졌다. 한영석 사장과 김호규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조경근 지부장 등이 참석한 이날 선포식에서 △회사는 구성원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노조는 조선해양산업의 발전과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협력하고, 생산 현장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며 △노사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과 노동자 고용안정,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산업·업종별 협의체 구성에 나선다고 다짐했다.

노조는 ‘조선해양산업의 발전과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협력’하겠다고 한 이날의 선언을 이번 계약식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노조는 생산현장의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다. 회사도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화답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랜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를 겪어내고 마침 수주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올해 수주목표의 102%를 달성한 현대중공업이다. 노사관계가 상생으로 회복된다면 세계조선업 1위를 회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주도했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16년 무쟁의로 임단협을 타결하기도 했다. 노조가 직접 수주를 위해 해외출장도 나섰다. 선박인도 날짜를 앞당겨 선주들로부터 인센티브와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노사상생’이 현대중공업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년은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이다. 노사관계의 재정립과 함께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4)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 - 접근성 떨어지고 자료도 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