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전통시장의 불편함을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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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전통시장의 불편함을 즐기는 방법
  • 경상일보
  • 승인 2021.09.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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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최근 몇 년 사이에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이 참 많이도 변했다. 판매자들은 번거로울지 몰라도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것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즐겨찾는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주문하던 때가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주문을 완료하는 시대가 된지 벌써 오래다. 결제방법도 예전에는 신용카드 번호에 유효기간까지 일일이 입력하고 공인인증서까지 넣어야 되던 것이, 요즘은 무슨무슨 페이다 해서 간단한 비밀번호 만으로 해결되는 등 주문시간도 단 몇 초만 할애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제 이런 편리함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웬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이런 온라인을 통한 매매방식에 순응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소상공인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서 작년부터 내수회복을 위해 기획해 오고 있는 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경우에도 올해에는 전통시장 분야에 대해 이벤트성 오프라인 행사 지원을 일절 생략하고 공식행사로는 유일하게 ‘VR 전통시장관’만을 개설해 전국 100여개 시장의 우수제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지원 및 홍보를 맡았다. 아직은 시범운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이 플랫폼이 잘 가다듬어 진다면 이 또한 하나의 대표적 온라인 장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통신판매의 위력이 커지는 판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이래저래 시대의 흐름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한 개인적으로도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또 다른 우려도 생긴다.

작년에 출간된 책 중에 영국의 모 방송인 겸 작가가 지은 의 번역본인 <의자의 역설>이라는 책이 있다. 부제목은 ‘편리함이 어떻게 인류를 망가뜨리는가’이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인간의 삶이 산업화, 도시화를 통해 어떻게 편리하게 변했으며 그 과정에서 신체는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 단계적으로 살펴보면서, 결국 그 편리함들이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질병과 고통을 가져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도시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추구하자”고 하며, 도시의 편리함과 반대되는 불편함의 예로, 야외활동, 운동, 규칙적이고 양질의 식습관, 오래 앉아있지 않기, 많이 걷기, 자연과 함께하기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을 우리의 쇼핑 문화에 대입시켜 보면 어떨까. 온라인 구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주문, 사실 편하다. 그렇지만 모두들 우려하고 있듯이 환경적으로는 눈에 띄게 늘어나 처치곤란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들 수 있고, 건강과 관련해서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비만, 그리고 비대면 거래로 인한 개인간의 소통과 대화의 상실, 그로 인한 비인간화 문제 등등. 편하지만 편한 만큼의 댓가도 당연히 치러야 한다. ‘편리함의 역설’인 것이다.

요즘 이런 저런 계기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일이 많다. 중기부와 각 지자체에서 해마다 많은 자금을 전통시장에 지원하는만큼 확실히 전통시장도 예전과 달리 많이 단장되고 있고,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시장도 많다. 주변에 공영주차장이 완비되어 주차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시장도 많고, 요즘같이 비가 자주 오는 시기에도 우산 걱정없이 다닐 수 있게 지붕(아케이드)까지 친절히(?) 덮혀있는 시장도 많다. 또 예전과 달리 현금이 없어도 많은 점포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온누리상품권의 사용도 이제 일반화되었다. 고객들의 편리함을 위해 오늘도 우리 전통시장은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전통시장을 찾을 필요는 당연히 없겠지만, 우리 상인들이 열심히 고객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만큼 현재 우리 전통시장은 ‘적당히’ 불편할 정도의 쇼핑환경을 충분히 만들어 가고 있으므로, 우리도 적당한 불편을 즐기면서 전통시장 쇼핑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이 때, 무조건적인 나의 안전(?)과 편리함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마스크 제대로 갖추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시장 나들이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영숙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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