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석의 경제만화경(8)]코로나19 이후의 자영업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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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석의 경제만화경(8)]코로나19 이후의 자영업을 고민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09.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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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 수 및 비중 추이 (단위 천명, %) 자료=통계청
▲ ▲1인 자영업자의 수와 비중 (단위 천명, %) 자료=통계청

코로나 델타 변이로 촉발된 거리두기 4단계의 연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말단에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조직화해서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자영업 환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늘고 있었다.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의 비중은 최근 15년 간 20% 중반에서 초반까지 감소했다. 절대적인 숫자도 600만명 수준에서 550만명 수준으로 감소 중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2021년 7월 현재 자영업자가 2020년 12월 말 대비 14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자영업으로 돌아선 근로자가 증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을 보면 분명해진다.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점차 감소해 70.58%의 저점을 찍었으나 2019년도 이후, 특히 2020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1년 7월 현재 77.1%에 이른다. 무인카폐,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등과 같이 1인 기업활동 환경이 만들어진 것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자본 창업자 증가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단기적 요인인 코로나19는 결국 완화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의 감소 추세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회의 지속적 발전과 사람들의 요구수준 향상이다. 높아진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음식만 맛있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실내인테리어도 좋아야 하고, 조리과정도 깨끗해야 하고, 서빙도 고급스러워야 한다. 직원에게 갑질하지 말아야 하고, 주차는 편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적절해야 한다. 한 마디로 가격과 품질 이상의 어떤 가치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요구치도 따라서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이전에는 명퇴한 사람들이 퇴직금으로 음식점을 차린다고 쉽게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하는 자영업자도 너무 많고 소비자 요구수준을 맞추고자 초기 투자비용도 자꾸 높아진다. 이때 투자비용은 돈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배워야 할 것과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초기 투자의 높은 위험을 상쇄하고자 프랜차이즈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프랜차이즈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당연히 이윤 중 일부를 프랜차이즈 모기업이 가져가게 된다. 정당한 부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이 가져가는 몫은 줄어든다. 반면 프랜차이즈를 따온다고 당연히 성공하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모기업 총수의 부도덕한 활동 등이 리스크가 되어 가맹점이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관련 비용 상승도 가파르다. 일단 크게 소요되는 비용은 임대료, 기계(예를 들어 커피머신), 직원들의 임금 등의 비용, 대출을 끼고 사업을 했다면 이자비용 등이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임대료는 여전히 비싸고,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노동자들에게 들어가는 임금도 매우 비싸졌다. 예전에 아르바이트 직원은 비교적 쉽게 고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각종 수당, 퇴직금도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과거와 달리 모든 자원을 시장에서 공정한 값을 주고 사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사소하다.

본질적인 부분 중의 하나는 사회가 점점 더 여러 의미로 첨예해지고 투명해져 갈 것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과거의 관행과 비원칙을 사용하며 어떻게든 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결국 모든 면에서 대부분이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돈을 벌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면 갈수록 진정한 실력만이 남을 텐데 무엇이 진정한 실력일까.

요컨대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자본력과 실력을 갖춘 소수의 자영업자들만이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고 의미 있는 이윤을 얻을 것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겨나겠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의 노력으로는 자신의 노동가치 이상의 수익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자본능력과 운영 능력 등에 따라 자영업자 간에도 빈부 차이가 극명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소수의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기업에 가까워지는 반면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결론적으로 갈수록 자영업 관련 비용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좀 더 스마트해진다. 어느 정도 부작용은 있겠지만 소위 평가사이트와 SNS를 통해 자영업자의 수준과 의도를 알게 된다. 소비자들은 자영업자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제대로 돈을 쓰고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파악하게 된다. 단순히 맛이 좋다고, 서비스가 좋다고 소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를 넘어서 소비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1세대 기업들, 삼성, 현대 등은 최초 자영업 수준일 때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업보국’과 같은 높은 목표를 내걸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마도 앞으로 소비자를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길, 그래서 어떤 가치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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