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화강 찾은 아우돌프, “스토리와 자연스러움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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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태화강 찾은 아우돌프, “스토리와 자연스러움에 감동”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1.09.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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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정원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울산을 방문했다. 태화강국가정원을 둘러본 그의 소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울산시민들의 힘으로 일군 태화강생태하천 프로젝트에 대한 놀라움이다. 다른 하나는 태화강의 자연스러움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울산시민 그 누구도 모르지 않는 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고스란히 지켜내는 방향성을 모른 채 새로운 시설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으로 채우려는 시도들이 그것을 방해해왔을 뿐이다.

아우돌프는 “울산시민들이 태화들과 십리대숲을 지켜냈다고 들었다”면서 “그렇다면 나는 제안자일 뿐 국가정원도 시민들이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자연주의 정원은 시민들의 힘으로 유지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가 태화강에 그의 정원을 만들기로 한 것도 2019년 중국에서 열린 정원관련 행사에서 울산지역 정원디자이너들이 전해준 생태하천프로젝트 홍보물 덕택이라는 것이 그 자리에 있었던 지역 정원디자이너의 전언이다. 산업발달과 함께 죽음이 강이 됐던 태화강이 시민들의 참여 속에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스토리의 힘이 역시나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의 발길을 울산으로 이끈 것이다. 태화강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새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아우돌프는 태화강국가정원을 둘러본 다음 “도시 한가운데 이처럼 자연스러운 자연이 세팅돼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태화강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유지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매년 새롭게 화려한 꽃들을 심거나 다리정원 등의 눈길을 끄는 구조물을 설치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년생 자생식물을 선호하는 아우돌프는 그의 대표작인 뉴욕 하이라인파크나 시카고 루리정원에서 볼 수 있었던 장점들을 태화강국가정원에 실현하겠다고 한다.

울산은 세계적 수준의 산업도시이긴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세계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아우돌프의 정원은 울산에서 최초로 만들어지는 세계적 수준의 공간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아우돌프는 세계 정원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자연주의 정원의 대가다. 그가 아시아에서의 첫 작업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을 선택했다. 현재 울산시민들이 좋아하는 국화원이 그가 희망하는 공간이다. 연말부터 작업에 들어가 내년 11월께 완성할 계획이다. 포토존이 필요하고 눈에 띄는 실적이 필요한 일부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를 믿고 공간을 내주고 기다려야 한다. 1년여 후 우리가 일상에서 세계 최고를 직접 경험하려면 전문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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