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객 감소, 힘 부치는 레일바이크
지난달 13일 찾은 강원도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궁촌정거장. 해양레일바이크는 기차선로에 놓인 자전거에 탑승해 즐기는 해양레포츠다. 국내에서 바다와 해송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는 이곳이 유일하다. 해양레일바이크는 복선형 선로를 이용하는데 이곳 복선 철로의 차이점은 출발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쪽 선로는 궁촌역에서 출발해 용화까지 사용하고 한쪽 선로는 반대다. 편도로 이용하면 도착한 정거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한 정거장으로 돌아온다.
궁촌정거장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 먼저 해송 숲을 만나게 된다. 해송 숲을 지나면 차츰 바다가 나온다. 천혜의 절경이 나오기 시작하면 탑승객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 정도 레일바이크를 타다 보면 초곡휴게소에 도착,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운행 도중에는 반대 정거장에서 출발한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다. 초곡휴게소 이후에는 세 개의 터널이 나오는데 내부에서는 디오라마와 루미나리에, 발광다이오드, 레이저 등 각양각색의 빛의 쇼를 즐기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은 예전 일제강점기 삼척지역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삼척~포항까지 개설된 철로가 존재했었지만, 광복 이후에는 폐선으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삼척시가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정비, 궤도업과 관광휴게 시설로 허가받아 약 347억원을 들여 해양레일바이크를 조성했고 2010년 개장해 운행을 시작했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는 개장 이후 2년만에 방문객 100만명, 2013년 150만명 돌파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장 5년째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연간 이용객이 2017년 51만명 이후 2018년 41만명, 2019년 36만명, 지난해에는 22만명에 그쳤다.
특히 레일바이크는 강원 정선과 삼척 등의 대성공 이후 폐선을 가진 지자체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이제는 굳이 멀리까지 가서 타야할 정도로 특별함이 없어진 지 오래다. 시설 노후화로 인한 보수, 파도와 바람 등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는 운행 여부 등도 이용객 감소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요예측 미흡, 태백 오로라파크 적자 우려
지금은 폐역이 된 영동선 통리역은 지난 7월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의 고원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등 세계기차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거듭났다. 통리역은 취재진이 다녀온 하이원추추파크의 인클라인 트레인 스테이션이 있던 자리다.
통리역은 일제강점기 1940년 철도 개통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개통 당시 통리역은 중간기착역이자 종착역이고 시발역이었다. 인근역인 삼척·도계까지 해발 차이 때문에 선로를 깔지 못해 승객들은 통리역에서 내려 심포리역까지 걸어서 다시 열차에 올라야 했다. 짐은 강삭철도로 운반했다. 짐꾼들은 자연스럽게 두 역 사이를 오갔고, 통리역 인근은 열차 승객과 짐꾼으로 붐볐다. 식당도 번성했다. 하지만 지난 1963년 미개통 구간이 완전히 연결된 후 짐꾼들은 떠나면서 식당도 망하는 등 통리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통리는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다. 지난 1982년 탄광이 활성화되면서다. 직원만 1200명에 이르는 등 통리의 부흥을 이끌었던 한보탄광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등으로 지난 1997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8년에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2014년에는 동백산역~도계를 잇는 터널이 생기면서 통리역도 폐역이 됐다.
탄광 폐광, 통리역 폐쇄로 통리 일대는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역경제도 급속하게 침체되는 등 지역 정주기반이 황폐화되다시피 했다.
이에 태백시는 지역회생 등 대응방안으로 하이원추추파크, 통리 5일장을 연계한 이색적인 공원을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 고용창출 등 실질적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223억원을 들여 오로라파크를 조성했다.
오로라파크는 해발 680m에 지어진 통리역의 특성에 맞게, 세계를 대표하는 5개국의 고원역사 축소 모형을 전시했다. 오로라파크에서는 중국 탕구라역, 호주 쿠란다역, 스위스 클라이네샤이데크역, 미국 파이크스피크역, 일본 노베야마역 등 세계 5개국의 고원역사를 캐릭터 하우스로 재현했다. 또 삼척시 도계읍내와 미인폭포 협곡 등 인근 관광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높이 49.2m의 눈꽃전망대도 설치했다.
태백시는 당초 수요예측으로 하이원추추파크와 연계해 연간 이용객이 1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하이원추추파크의 부진과 적자운영, 신종 코로나 확산,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성 부족 등으로 하루 관광객이 고작 평균 수백명에 머무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곳 역시 다른 유료관광지처럼 적자 운영에 허덕일지도 모른다.

◇고착화된 활용방안은 시민들 외면
강원 정선 레일바이크를 시작으로 전국에서는 철도를 활용한 레일바이크 조성 붐이 일었다. 강원도에만 정선, 정동진, 삼척, 원주, 강촌 등 6곳이 생겨났고 인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수많은 레일바이크가 생겼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정선 레일바이크 성공을 보면서 많은 지자체에서 레일바이크를 시도했다. 이용하려는 이용객 파이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용객들의 선택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보니 먼저 시작한 지자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설도 계속 노후화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공원화 역시 많은 지자체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을 활용한 연남동 구간이 있고, 포항 철길숲, 광주 푸른길 등 성공사례가 수없이 많다. 반대로 수십·수백억을 들이붓고도 외면받는 실패사례도 수없이 많다. 글=정세홍기자 사진=김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