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수도 울산이 항만과 육상 물류망을 아우르는 사통팔달 물류도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는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쿠팡·오뚜기 등 민간 기업도 잇따라 지역에 물류센터 투자를 진행했다. 그동안 산업 규모에 비해 물류 기반 시설 확충이 더뎠다는 평가를 받아온 울산이지만, 행정과 민간, 항만 기능이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다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제2화물터미널 유치도 가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영차고지 추진, 주차난 해소 기대
울산시가 고질적인 화물차 주차난과 불법 밤샘주차 문제 해소를 위해 공영차고지 조성에 나섰다.
울산의 주차 수급 현실은 열악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울산의 화물차 등록 대수는 1만2764대에 달하며, 이 중 차고지 등록 대상인 1.5t 이상 차량은 9874대다.
그러나 울산지역 내 화물차 차고지는 총 5곳(공동차고지 2곳, 휴게소 3곳)에 불과하고, 모두 민간이 운영하고 있어 공공 주차기능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수용 가능 차량은 울산화물협회 870면, SK에너지 655면 등 총 1525면(16%)에 그쳐, 84%의 화물차는 도심 도로변과 외곽 공단지역에 불법 주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및 운전자 휴게소 설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 중이며, 오는 8월 결과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역은 장래 주차 수요 분석, 권역별 후보지 물색, 경제성(B/C) 분석, 기본계획 수립 등을 포함하며, 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영차고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산업단지와 항만이 밀집된 지역 특성상 중량 화물 물동량이 많고, 물류 경쟁력 확보와 시민 안전을 위해 공영차고지 조성이 시급하다”며 “운전자 불이익을 해소하고, 휴게 기능을 함께 갖춘 인프라를 통해 생활권 불편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투자도 가세…제2화물터미널 적기
물류 대기업들도 잇달아 울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 55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7000㎡ 규모의 ‘울산 서브허브’를 조성 중이다. 2026년 상반기 가동 예정으로, 약 4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오뚜기 또한 울주군 삼남읍에 226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로지스틱센터를 착공했다. 연면적 1만5000㎡ 규모로 출하 물류를 집적 관리하는 스마트창고 기능을 갖춘 시설이다.
하지만 공영차고지나 개별 기업의 물류센터만으로는 도시 물류 시스템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영차고지가 주차와 휴게 기능에 집중하는 반면, 종합 화물터미널은 하역·환적·분류·보관 등 물류의 흐름 전반을 담당하는 거점 시설이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에는 북구 효문동의 단일 화물터미널만 운영 중이며, 1995년 개장 이후 30년간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 효율을 높이려면 공영차고지와는 별개로 제2화물터미널 같은 거점 기능이 필요하다”며 “특히 항만에서 들어온 실화물 중심의 화물이 내륙으로 원활히 빠져나갈 수 있어야 산업도시 울산의 경쟁력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울산항은 지난해 기준 물동량 1억9947만t을 기록하며 전국 3위 물류항만으로 올라섰지만, 이 화물이 최종 목적지로 연결되는 과정은 단일 터미널 체계에 발목 잡혀 있다.
울산이 진정한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공영차고지를 넘어, 항만과 산업단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제2화물터미널 유치 및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